기후마저 정권 입맛 따라…李정부 ‘기후대응댐’ 뒤집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9.30 13:50  수정 2025.09.30 13:51

환경부, 기후대응댐 사실상 전면 재검토

건설 결정한 9곳 다시 ‘공론화’ 거쳐야

“정밀한 대안 없이 계획했다” 자기비판

스스로 뒤집은 결정, 정책 신뢰도 추락

2023년 7월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댐이 수위 조절 여유 공간 확보를 위해 수문 6개를 개방, 초당 1000t 물을 방류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정부가 기후대응댐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곳 가운데 일부는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이유로 추진해 온 댐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결정이 번복되면서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


환경부는 30일 “전 정부에서 발표한 14개 신규 댐 중에서 필요성이 낮고 지역 주민 반대가 많은 7개 댐은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나머지 7개 댐은 지역 내 찬반 여론이 대립하거나 대안 검토 등이 필요해 기본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추진을 중단하기로 한 댐은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청)이다.


이들 댐은 필요성이 낮고 주민 반대가 많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수입천댐과 단양천댐, 옥천댐은 전 정부에서도 주민 반대가 심해 추진을 보류한 곳이다. 동복천댐은 기존 주안댐과 동복댐 사이 신규 건설 댐으로 이곳도 주민 반대가 많았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식수 전용댐인 산기천댐은 국고지원이 불가능하다. 용두천댐과 운문천댐은 댐 건설 이외 대안 마련이 더 적정한 것으로 검토됐다.


환경부는 “전 정부는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으로 14개 신규 댐 건설을 홍보했으나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댐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에서 요구하는 물수요에 대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하거나 하천정비 등 타 대안보다 댐을 우선적으로 계획한 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지천댐(청양·부여) ▲감천댐(김천) ▲아미천댐(연천) ▲가례천댐(의령) ▲고현천댐(거제) ▲회야강댐(울산) ▲병영천댐(강진)은 대안 검토 또는 공론화를 거치기로 했다.


지천댐과 감천댐은 기본구상에서 댐 백지화, 홍수조절댐, 추가 하천정비 등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미천댐은 홍수 대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목적 또는 홍수조절 기능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기후대응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부

기존 농업용저수지를 키우려 했던 가례천댐과 고현천댐은 수문을 우선 설치해 홍수조절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회양강댐과 병영천댐도 애초 계획했던 규모의 적정 여부 등 추가적인 대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책 결정 반년 만에 번복


환경부는 이번 계획 변경으로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후대응댐은 환경부가 그동안 홍수 방지와 가뭄 해소를 이유로 건설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업이다. 댐이라는 대형 ‘물그릇’을 만들어 짧은 시간 많이 내리는 비를 모으고 일시적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가뭄 상황에 용수로 쓰기도 한다는 계획이다.


홍수·가뭄 대응과 함께 산업단지 용수 공급 목적도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이 대형 산업단지는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지난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의결하면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9곳을 결정했다.


환경부는 불과 반년 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엎었다. 결정 번복 이유를 전임 정부에게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스스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했다’고 자평했다.


전임 정부나 현 정부나 해당 사업을 추진해 온 것은 환경부다. 달라진 것은 ‘정권’뿐인데 환경부는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스스로 뒤엎었다.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댐 사업을 추진하려는 게 맞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댐은) 필요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지방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소규모 사업까지 묶어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댐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이 왜곡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댐 하나하나의 필요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