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규모 페스티벌들이 개막하는 ‘축제의 계절’ 5월, 반갑지 불청객도 함께 찾아왔다. 높은 티켓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티켓 분철’ 등을 이용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엠피엠지
관람권을 구매해 함께 관람하는 ‘분철’은 주로 아이돌 굿즈 구매 시 활용되면서 이른바 ‘덕질 용어’로 쓰였다. 원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위해 각자의 최애 아이돌을 정해 사람들이 모이고, 여러 앨범을 구매한 뒤에 나누어 가지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후 OTT 서비스 계정을 여러 사람이 나눠 사용하는 ‘OTT 분철’로 이어졌고, 최근엔 여러 아티스트가 함께 공연하는 음악 페스티벌에까지 이 편법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페스티벌의 경우, 2일권을 두 명이 함께 구매해 하루씩 공연을 나눠 보거나, 티켓 한 장을 아티스트별, 시간대별로 쪼개서 여러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실제 중고 거래 플랫폼과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페스티벌 티켓 분철 구해요’ ‘가수 OO 시간대 분철 판매’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상 티켓을 불법적으로 쪼개 공유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공연 관람 후 혹은 특정 시간이 지난 후 약속된 장소에서 입장권 역할을 하는 종이 팔찌를 넘겨주는데, 대부분의 팔찌가 훼손 방지를 위해 특수 제작돼 뜯기 어려운 점을 들어 이를 정교하게 분해해 주는 ‘팔뜯’(팔찌 뜯기) 계정도 운영되고 있다. 페스티벌 입장 시, 팔찌를 엄격하게 확인하지 않는 현장 상황을 악용한다.
A씨는 “페스티벌 분철을 받아서 갔는데, 입장 시에 혹여 신분증을 확인할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보통 팔찌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했다. 살짝 뜯어지는 등 작은 훼손 정도까지 면밀히 보지 않기 때문에 걸릴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분철’과 ‘팔뜯’은 결국 한국 공연계에 오랫동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암표’ 문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인기 솔로 가수, 해외 유명 아티스트 등 ‘피켓팅’이라 불릴 만큼 예매 경쟁이 치열한 공연에 암표가 들끓었고, 이는 소위 대중음악 콘서트를 좀 먹는 행위로 인식되어 왔다.
정가의 최소 두 배 이상으로 부풀린 티켓이 암표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하거나, 사기 피해를 당하는 경제적·정신적 손실을 겪어야 했다. 이는 아티스트와 제작사에게도 피해를 입히며 공연 산업 전체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더구나 페스티벌 시장은 수많은 관객이 밀집하는 공연의 특성상 코로나19 당시 크게 위축됐던 장르로, 회복·성장세를 보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부문은 공연 건수 및 공연 회차, 티켓예매수 및 티켓판매액 모두 전년 대비 최소 약 25.4%에서 최대 약 32.8%까지 적지 않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특성을 악용한 ‘분철’ ‘팔뜯’ 등이 다시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페스티벌 주최 측 역시 이 같은 행위들을 파악하고, 현장 입장 절차 강화, 불법 거래 적발 시 강력한 제재 조치 등을 논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페스티벌에서 분철 거래 현장을 잡은 사례도 많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힙합플레이야’ 등 다수의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엠피엠지 관계자는 “사복 경호팀 인력을 증원해 페스티벌 현장 근처에서 거래하는 인원들을 단속하고, 입장 시에도 팔찌의 훼손 정도를 엄밀하게 보고 이상이 있을 시 추가적인 입장 확인 절차를 걸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적발될 시 어떠한 사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퇴장 조치할 예정”이라며 “편법적인 티켓 거래로 페스티벌 문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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