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10년 사이 약 다섯배 성장
'놀면뭐하니'도 중고거래 콘텐츠 기획
ⓒMBC
“혹시…당근?” “네! 당근입니다”
길 한복판에서 어색한 눈빛 교환과 알 수 없는 짧은 대화가 오간다. “혹시 당근이세요?” 일종의 암구호다. 이들은 이미 중고거래앱 대화창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접선 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해당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중 내 접선 상대를 찾는 눈치게임 끝에 거래할 물건을 건네받고 ‘쿨’하게 헤어진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비밀거래 현장을 보는 것 같지만, 흔한 중고거래의 현장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한 거래가 심상치 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 중고거래 시장이 가파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는 중고에 대한 인식전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4조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지난해 사상 첫 20조원을 돌파했다. 10여년 사이에 약 다섯 배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는 이보다 20% 더 증가해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최대 규모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2003년 출시)는 지난해 거래액만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용자수로도 성장세는 확인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한국인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가 1432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4568만 명의 31%에 해당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중고 거래는 TV예능프로그램에까지 스며들었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찰예능에선 중고거래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여러 차례 전파를 탔고, JTBC는 지난해 중고거래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스타와 직거래-유랑마켓’을 방영하기도 했다. 연예인이 자신의 물건을 직접 동네 주민과 거래하며 집 안에 잠들어 있는 물건들의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당근마켓
인기 프로그램인 MBC ‘놀면 뭐하니?’도 지난 20일 중고거래를 바탕으로 한 ‘헬프유’(Help YOO) 특집을 선보였다. 김태호 PD가 내놓은 상품은 ‘유재석의 시간’이었다.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였지만 유재석의 시간이라는 무형의 것을 내놓으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유재석은 처음 만난 누군가와 삼겹살을 함께 먹고, 잠시 비운 가게를 대신 봐주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복지시설에 전달할 치킨 120마리를 함께 배달해 주는 등 중고거래의 다양한 활용법을 보여줬다.
놀라운 건 방송이라 가능할 것만 같은 이 이야기들이 실제로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중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성장세의 가장 큰 이유”라며 “과거엔 돈이 없을 때 물건을 파는 전당포의 기능으로 중고 거래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환경이나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고거래의 장점으로는 “가격 부담이 큰 고가의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한정품 등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을 구할 수 있다. 또 확신이 들지 않는 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꾸준한 수요로 이어진다”면서 “중고 거래 앱의 성장과 함께 사기 거래나 각종 범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보완한다면 중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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