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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멤버 졸업앨범은 105만원…내 얼굴도 지금 어디선가 거래된다


입력 2021.03.11 05:00 수정 2021.03.11 18:42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개인정보 담긴 졸업앨범 거래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졸업앨범.ⓒ트위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졸업앨범.ⓒ트위터

추억의 상징이었던 졸업앨범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졸업앨범도 개인정보에 해당되며, 개인정보가 담긴 졸업앨범을 거래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직장인 정모(31)씨는 "여중·여대를 졸업했는데, 졸업한 뒤로 여러 차례 결혼 정보 회사에서 연락이 오거나, 모르는 번호인데 졸업앨범에서 봤다며 연락이 온 적도 있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당근마켓을 보다 특정 여중·고·대 앨범을 구매한다는 게시글을 봤는데, 이력서에 넣는 수준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거래한다니 딥페이크나 스토킹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특히 "대학교와 달리 중고등학교 시절 졸업 사진은 사실상 학생들에게 선택지가 없는데, 졸업앨범을 찍었다고 해서 앨범 배포와 유출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교사들은 "졸업앨범으로 얼평(얼굴평가), 신상노출과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A교사는 "졸업생이 유튜버가 돼 졸업앨범 교사 얼굴 품평회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들었다"며 "방송에서 졸업생이 앨범 속 교사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전 교직원들의 얼굴에 대해 평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B교사는 "지역 맘카페에 내 사진을 본 사람들로부터 교사로서의 권위를 무시당하고 미혼여성으로 얼굴을 품평 당했다"고 토로했다. C교사는 "학생의 삼촌이라고 밝힌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 자신과 만나자고 했다"고 피해 사실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난 1월 12일 당근마켓에는 '고려대 95년도 졸업앨범'이라는 제목의 글이 졸업앨범 인증샷과 함께 올라왔다. 학교 이름과 졸업 연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졸업앨범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이화여대 2010년, 2011년 졸업앨범을 사겠다는 글이 게시됐다. 특히 유명 연예인들의 졸업앨범은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초·중등학교 졸업앨범 판매자는 거래 가격을 105만원까지 제시해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졸업앨범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예솔 은승우 대표 변호사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며 "졸업앨범 사진을 악의적으로 도용하거나 합성, 무단 유포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보 주체가 졸업앨범을 찍을 때 개인정보가 담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배포됐고, 거래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앨범이 시중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상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주소와 전화번호, 생년월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라고 전제하고 "졸업앨범은 찍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물품인데, 관계가 없는 사람이 돈을 받고 거래하는 것은 그걸 이용해 다른 행위를 하겠다는 것인 만큼 문제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졸업앨범 정보만 가지고도 충분히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졸업앨범을 거래하는 것은 범죄 이용의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은 예시에 불과하다.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라고 강조하고 "보관하다 친구들에게 앨범을 보여주는 등 통상적으로 졸업앨범을 찍으면 이용 범위에 대해 예상할 수가 있는데 앨범을 팔거나 누가 나에게 불필요한 연락을 해온다면 그 예상 범위라고 볼 수 없다. 그때부터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라에서 앨범을 가져다 놓고 분석하면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반드시 영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졸업앨범 관행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경주 교사노조연맹 정책기획1국장은 "연락처와 주소는 공식적으로 3년 전 공문이 내려왔지만 졸업앨범 규모가 더 축소돼야 한다"며 "외국 학교의 경우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으로 단체사진 한 장만 찍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제는 학생과 교사들이 졸업앨범을 찍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혀도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해당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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