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뛰는 황정민-남궁민 위에 날개 단 김소연-신혜선-문가영


입력 2020.12.30 13:00 수정 2020.12.30 13:2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

현재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겸비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SBS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을 필두로 tvN '철인왕후'의 신혜선, '여신강림'의 문가영은 방송 전 기대한 것 이상의 연기력으로 매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살인, 방화, 불륜, 폭행, 입시비리 등의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란 소리를 듣고 있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무리수가 따라붙어도 24%(닐슨, 전국기준)란 높은 자체최고시청률을 보유 중이다. 이 중심에는 연기로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김소연이 있다.


김소연은 '펜트하우스'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이다. 극 중 연기하는 천서진은 소프라노이자 청아예술고등학교 예술부장으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헤라펠리스의 프리마돈나다.


김소연은 외적인 모습부터 폭주하는 욕망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소연은 평소 흑발일 때와 비교해 눈썹을 두톤 이상 밝게 염색하고 얼굴의 날카로운 선을 강조하는 헤어스타일링으로 이목구비를 부각시켜 변화를 줬다. 여기에 권력과 많은 부를 갖췄음에도 더 많은 것들을 갖기 위한 표독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새로운 악녀 캐릭터의 표본을 만들었다. 또 15회에서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후 휘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대역없이 김소연의 연기로만 완성돼, 김소연이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순정적이며 사랑스러웠던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김소연이기에 이번 악녀 연기가 더욱 돋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 MBC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도전한 악녀 연기로 김소연은 현재 SBS '연기대상'에서 한석규와 함께 강력한 대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김소연이 악녀 연기로 폭주하고 있다면 '철인왕후'의 신혜선은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신혜선이 연기하는 김소용은 남자의 영혼이 몸에 갇힌 조선시대 중전으로, 권력을 위한 암투가 일어나는 궁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모면 중이다. 중전일 때는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장봉환의 영혼이 깃들었을 때는 한 없이 가벼워지는 연기를 균형있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혜선은 남자의 영혼이 몸에 들어간 설정에 맞게 걸음걸이와 말투 등에 변화를 주며 판타지 설정을 이질감 없이 만들었다.


'철인왕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려 제작진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위기를 초반부터 겪었지만,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신혜선의 연기만큼은 논외다. 최근 10%를 돌파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는데 인기의 지분에 신혜선의 몫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밀의 숲', KBS2 '황금빛 내 인생',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사의 찬미' 등 가족드라마와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를 가리지 않는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신혜선은 이번 '철인왕후'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3%대 시청률에 머물지만 화제성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여신강림'의 문가영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문가영이 연기하는 임주경은 외모 컴플렉스를 화장으로 극복한 여고생이다. 문가영은 민낯의 일 때는 주근깨와 홍조, 안경 등으로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는 모습을 강조하고, 여신일 때는 자신만만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문가영은 'MZ세대 로코퀸'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성장 중이다.


반면 JTBC '허쉬'와 tvN '낮과 밤'의 남궁민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드라마의 흥행까지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허쉬'는 황정민이 8년 만의 브라운관에 복귀한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 '국제수사', '히말라야', '베테랑'으로 천만배우란 타이틀을 얻었으며,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높은 비율로 흥행까지 성공해왔다. 이에 황정민드라마 복귀작은 상대적으로 기대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허쉬'에서 기레기로 불리지만 인턴 기자의 죽음으로 각성해 다시 발로 뛰기 시작한 한준혁을 연기 중인 그는 한준혁이 처한 상황을 자연스럽고 깊이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황정민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칭찬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첫회가 기록한 3.4%가 최고 시청률이다. 4회는 2.3%까지 하락했다.


'허쉬'는 지금까지 많이 봐왔던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는 것이 맹점이다. 과거엔 기자로 활약했으나 한 사건으로 인해 의지를 잃은 주인공이, 다시 정의를 위해 각성하는 모습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새롭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설정이다.


'낮과 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궁민이 극중 예고 살인과 28년 전 하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적하는 도정우 역을 맡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연기를 선사, 일당백 역할을 톡톡히 하고는 있다.


그러나 '낮과 밤' 역시 1회가 기록한 4.7%가 최고 시청률이다. 장르물 특성상 첫 회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중간 유입으로 어려워 현재 간신히 4%대를 유지 중이다. 2015년 이후 주연을 맡은 KBS2 '김과장', '닥터프리즈너', SBS '조작, '스토브리그'에서 12~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만들어냈던 남궁민에게는 아쉬운 성적표다.


'낮과 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예고 살인과 28년 전 하얀마을 집단살인사건과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했다. 여기에 도정우, 제이미(이청아 분), 문재웅(윤선우 분)모두 하얀 마을 출신으로, 모두 범인으로 의심 받았고, 현재 문재웅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는 충분하나, 그 궁금증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사와 상황들이 혹평을 받고 있다.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를 기용했어도 드라마 타겟층과 탄탄한 스토리, 공감을 확보하지 못해, 배우들의 이름값만 무색한 사례가 됐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