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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의 위기'…주호영 몸수색 논란이 불러온 우려


입력 2020.10.29 04:00 수정 2020.10.29 07:13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몸수색' 당한 현실

본회의장 둘러싼 청와대 경호원들…의회 귄위 추락

조해진 "여야의 문제가 아냐…의회존립·민주정치의 위기"

김성원 국민의흼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성원 국민의흼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의사당 내에서 신체 수색을 당하며 큰 논란이 빚어졌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진 일련의 국회 권위 하락 사태를 두고 야권에선 "의회존립·민주정치의 위기"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야당 원내대표의 몸수색 사태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벌어졌다. 문 대통령의 연설 직전 여야 지도부 사전간담회에 참석하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신체를 청와대 대통령 경호처가 수색한 것이다.


특히 함께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몸수색을 경호처가 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됐다. 정당 원내대표가 당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관례상 검색을 면제해 왔으나 주 원내대표가 간담회장에 홀로 도착, 업무지침에 따라 신체 수색을 했다는 경호처의 해명도 논란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국민의힘은 강도 높게 반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청와대 검색대상인 나라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며 "말로는 민주주의이고 실제로는 K-불통독재의 단면을 보여준 날이다. 이러고도 국회와의 소통을 얘기하고 민주주의를 얘기하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변인은 "이게 나라인가? 대한민국 의회의 수치이고 청와대의 노골적 모욕"이라며 "오늘 청와대의 야당 원내대표 신체검색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남을 것이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이고, 그렇게도 강조하던 협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에선 이날 몸수색 논란에 더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의 권위가 무시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의회주의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는 장면들이 동시에 펼쳐졌다"며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 입구에서 청와대 경호원에게 검색을 당하고, 국횝 본회의장에는 청와대 경호원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서 회의가 진행됐다. 이 모두가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냈던 정세균 전 의장이 한참 아래 서열로 분류되는 국무총리에 간 사례, 지난 26일 범여권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이 법원을 '행정부'라고 지칭한 사례,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인 정부 인사들의 부실한 자료제출로 '맹탕 국감'으로 전락한 사례를 의회존립 위기의 근거로 꼽았다.


그는 "청와대에 의한 국회의원 길들이기가 이뤄지고 있고 국회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되어가고 있다"며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존립·민주정치·입헌정치의 위기"라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해프닝으로 인해 가뜩이나 경색돼 있는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생 현안은 뒷전이 된 채 감정 싸움으로 치닫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만날 사람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경호처가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썼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 아니겠느냐”며 “이날 해프닝으로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자’며 머리를 맞댔던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개탄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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