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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종전선언부터"…미국·유럽은 '북한 비핵화' 강조


입력 2020.09.23 13:53 수정 2020.09.23 14:1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文 "종전선언, 평화 여는 문 될 것"

2018년엔 비핵화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언급

국제사회는 '완전한 北 비핵화' 강조

北美 모두 종전선언에 적극성 띠기 어려울 듯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횐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UNTV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횐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UNTV 갈무리

22일(현지시각) 각국 정상이 유엔 기조연설에 나선 가운데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 접근에 있어 입장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선(先)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한 올해 연설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선 종전선언' 카드는 장기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려보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당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CVID는 '선 비핵화' 방안으로 북한이 '리비아식 모델'로 간주해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왔다"며 "CVID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정치적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으로 활용하려는 것과 달리, 국제사회는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종전선언을 사실상 비핵화 '출구'로 간주하는 모양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지만, 전날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에서 "북한의 최종적이며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해'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필요성을 강조했다. ⓒUNTV 갈무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해'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필요성을 강조했다. ⓒUNTV 갈무리
"종전선언, 北이 선뜻 받기 어려운 카드"
"종전선언해도 北 비핵화·인권문제 해결 안돼"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용 깜짝 카드, 즉 '10월 서프라이즈'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미 대선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렵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핵화 협상이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서 북미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우리가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소재"라면서도 "종전선언 이후를 장담할 수 없어 북한이 선뜻 받기 어려운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국내 여론과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면 쉽사리 종전선언에 나서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오늘 일방적으로 종전선언을 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를 수용하고, 사이버 범죄와 은행 사기를 그대로 둘 것이냐"고 꼬집었다.


스탠튼 변호사는 종전선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그럴 수 없고, 그렇게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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