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이 오세훈에 보냈다는 '연애편지'…명태균 만나달라는 '애원'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5.10.28 22:00  수정 2025.10.28 22:12

김영선 전 의원, 2021년 4·7 보궐선거 앞두고 오세훈에 수차례 문자

명태균을 '제갈공명'에 비유하며 만나달라 간청…오세훈은 답장안해

11월8일 특검 대질신문 앞두고 명태균에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듯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영선 전 의원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연달아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만나야 한다고 요청했던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김 전 의원은 이런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보냈지만, 오 시장은 답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선이 이 분(오시장)한테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 연애편지(연서)가 나온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둔 2월23일 오후 10시쯤 오 시장에게 "오 시장님! 봄이 오는 길목에 피는 꽃이 아름답듯이, 희로애락의 인간사에 앵도라지고 툴툴거리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에 꼭 손을 쥐어주는 정성도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뒤이어 김 전 의원은 "내일 일찍 꼭 반드시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시기를! 인기척을 꼭 기다리는 앙망을 알아주세요"라며 “채송화 꽃이 기다림을 놓치고 나면 그 찰나가 언제 또 오리요, 옷깃 스치는 순간을 놓치면 채송화 그리움은 오뉴월 서리가 될까 두렵다"고 썼다.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이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웨스트로 출석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자메시지에 오 시장은 답장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이튿날인 2월24일 오전 8시쯤에 재차 "유비가 눈밭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오늘 꼭 만나셔야 한다"며 "(그 만남은) 천하를 위하는 실행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오 시장 선거 캠프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지목된 날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만나라는 '제갈공명'은 명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의원은 해당 문자메시지에서 "당신은 간절한 여러 사람의 많은 여망들을 담는 큰 보자기"라며 "위로하고 배려하여 큰 천하를 도모할 절대 절명의 찰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열고 기다리게 해놓았을 때에 꼭지를 따야 한다"며 "오늘은 반드시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시라. 간절하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이 문자메시지에도 답장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오 시장이 4·7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2021년 1월부터 선거 당일인 그해 4월7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선거 관련 기사나 TV토론 피드백, 전략 조언 등을 담은 문자를 오 시장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통신내역은 앞서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수사한 검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 오 시장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을 통해 확보했다.


명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보낸 이 문자메시지 내용을 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명씨는 "김영선(전 의원)이 이분(오 시장)에게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 연애편지가 나온다. 골드미스가 그렇게 사모해서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만들려고 도와줬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 "(오 시장이) 아파트 사준다고 했다", "○○○(식당)에서 질질 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오 시장은 이 같은 명씨 주장에 "일정 시점 이후에는 캠프에 발도 못 들였다"며 "본인이 7번씩 만났다고 주장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스토킹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명씨가 '김영선의 연애편지'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내달 8일 오 시장과 명씨를 각각 불러 대질 조사를 할 예정이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3300만원을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에게 대납시킨 혐의를 수사 중이다. 명씨는 국정감사 증인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론조사비용을 김한정씨가 대납한 것을 오 시장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음달 8일 특검에서 오 시장과 대질신문할 때 밝힐 것"이라고만 답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명씨가 ‘연애편지’ 운운하는 것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근거 하나 없는 허위극은 곧 드러날 것이며, 오 시장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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