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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원플랫폼의 진화①] ‘사재기’로 바닥 친 신뢰, 회복에 안간힘


입력 2020.08.14 16:09 수정 2020.08.14 16:4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멜론-플로 등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폐지

지니-벅스 "실시간 차트 유지, 순기능에 집중"

ⓒ멜론 ⓒ멜론

과거 LP나 카세트테이프, CD 등의 실물 음반을 듣던 시절에도 소위 말하는 ‘사재기’라는 편법은 존재했다. 그러나 디지털 음원이 주류가 된 이후 ‘사재기’는 방식은 물론 불법적으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이런 ‘사재기’를 촉발시킨 존재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된 음악 차트다.


음원사이트에서 제공하는 TOP100의 ‘자동재생’ 시스템은 최신 인기곡을 ‘랜덤’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음원 제공자들 입장에서는 100위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온갖 인위적인 방법들을 만들어내는 경쟁에 돌입해야 했다. 과도한 순위경쟁이 부른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 왜곡의 절대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부추긴 음원 사이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음원 사이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감행해야 했다.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음원 수익 배분 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플랫폼 멜론은 지난달 6일부터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힛츠’(24Hits)를 도입했다. 24힛츠는 곡의 순위와 등락 표기가 사라지고, 차트 집계를 위한 분석 시간도 기존 1시간에서 24시간 기준으로 확대됐다. 또 지금까지 계정당 1시간 안에 재생한 노래를 스트리밍 재생 40%, 음원 다운로드 60%로 이용량에 반영했다면, 지금은 최근 24시간 동안 들은 곡을 횟수와 관계없이 1회만 인정해 이용량을 산출한다. 다만 새로운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매 시간 업데이트해 트렌드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 차트에 오른 노래를 재생하는 방식도 ‘전체 재생’이 아닌, ‘무작위 재생’(셔플 재생)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윤아현 카카오 매니저는 “순위 경쟁보다는 이용자에게 트렌드를 찾을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개편안을 내놓게 됐다. 현재 인기 있는 음악과 흐름을 발견하고, 이를 감상으로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개편 방향성을 설명했다.


ⓒ플로 ⓒ플로

멜론에 앞서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플로(FLO)가 먼저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집계 기간을 24시간으로 늘린 ‘플로 차트’를 도입했다. 더욱이 지난 5월부터는 개인화 범위를 확대한 ‘내 취향 믹스’(MIX)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내의 개인화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기능이다. 음악 플랫폼이 제공하는 음악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플로 관계자는 “AI 기반으로 개인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음악을 추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차트 의존을 지양하고 건강한 음악 소비문화 및 음악산업 환경조성에 이바지하고자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음원 서비스인 바이브는 음원 수익 배분 방식을 바꿔 사재기 근절을 꾀했다. 바이브는 이용자 중심의 수익 배분 방식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수익 배분은 전체 음원 스트리밍 가운데 특정 음원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저작권자가 총수익(이용자들이 낸 돈)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 차트 상위권 곡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탓에 사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용자가 낸 사용료를 그가 들은 음원 안에서만 스트리밍 비율에 따라 나누는 ‘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으로’만 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음원 플랫폼이 진화하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주요 음원 플랫폼 중 지니와 벅스는 기존의 차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트렌드를 살피고, 유저들의 동향을 반영할 수 있는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인위적인 왜곡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쌍방향 실시간 소통을 기반으로 유저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동향을 실시간 차트로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시간 차트는 현재 소비되고 있는 음원을 그래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재기 관련 우려에는 “어뷰징은 기술적 고도화로 막고 있다. 유저들의 동향을 반영하면서도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민을 거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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