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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스크 정책 실패가 건강한 국민이 사재기 한 탓입니까!


입력 2020.03.09 07:00 수정 2020.03.08 22:09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마스크 재사용, 면 마스크 사용 권고...국민 생명 직결된 문제에 '갈팡질팡'

가이드라인 여러 번 바꿔 혼란만 가중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안내문이 붙어져 있다. 이날부터 전국의 약국에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돼 신분증을 제시해야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9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돼 1인당 공적 마스크는 주당 2매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안내문이 붙어져 있다. 이날부터 전국의 약국에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돼 신분증을 제시해야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9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돼 1인당 공적 마스크는 주당 2매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던 정부가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면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고 공식적인 지침을 바꾸면서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하루에 1000만장을 생산해도 우리 인구 5000만명에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장 급한 의료진과 호흡기 환자 등에게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수요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6일 또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 줘야 한다”며 그것이 '배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저도 (마스크) 두 개를 갖고 일주일을 사용한다”며 "집에 있을 때는 사용을 안 하고 한 개로 3일씩 쓰는데 아직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정적인 재원의 배분을 고려한 조치이겠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말을 바꾸니 정부를 향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스크 재사용을 하지 말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사항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정부는 마스크 품절 사태가 빚어진 게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감에 마스크를 사재기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마스크 수급 대책의 실패를 재사용 꼼수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을 수 없는 국민들이 마스크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점은 일정 부분 맞다. 그러나 그게 국민의 탓일까.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설익은 대책을 내놓아 시장의 혼란을 가져온 정부의 잘못이 더 큰 것 아닌가.


마스크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마스크 5부제도 ‘엉터리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5부제는 1인당 마스크 구매량을 일주일에 2개로 제한하고,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사람은 월요일, 2·7은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살 수 있다.


마스크 5부제는 마치 온 국민이 골고루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 목표치인 공적 마스크 하루 1400만장은 경기도 주민(1326만명)에게 한 장씩 공급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해도 여전히 약국에 일찍 가서 줄 서는 사람이 임자인 셈이다.


마스크의 재활용이 의학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지 진위 여부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두고 정부가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차분한 대응, 좀 더 실효성 있는 마스크 대책을 이번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는 그 어느때보다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책 실패의 원인은 국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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