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그림자를 국민 앞에 세워라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03 07:30  수정 2025.10.03 07:30

충격적인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조직개편'

부속실장 옮기더니 "국감 출석 전례 없다"?

대법원장도 국회 나와야 한다더니 대체 왜

정말 문제 없다면 당당히 나와서 설명하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현 제1부속실장)이 지난달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에서 발표된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인사' 소식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을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인사의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 불과 4일 전인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현지 비서관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가 격돌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부를 이유가 없다"며 맞섰다.


그리고 나흘 후,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갑작스럽게 보직이 바뀌었다. 총무비서관은 국감에 출석해야 하지만 부속실장은 그럴 의무가 없다는 게 일반적 관례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30년 넘게 이어온 불문율

총무비서관의 국정감사 출석은 오랜 관례로 자리잡아 왔다. 1992년 14대 국회 이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국감에 불출석한 전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30년 넘게 이어진 불문율인 셈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인사권과 예산 집행권을 모두 갖고 있다. 국민 세금이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국회가 점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민주당이 유독 김현지 비서관만큼은 국감장에 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에 싸인 핵심 인물

김현지 비서관, 이제는 부속실장이 된 그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1998년 이재명 대통령이 설립한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함께해온 인물로, 거의 3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온 최측근이다. 성남시장·경기지사·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까지 이어진 긴 여정을 함께한 신뢰받는 동반자인 셈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만사현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김현지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서는 수석이나 비서관들도 행정관 한 명 사무실에 배치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심지어 친명계 현역 의원들도 대통령에게 인사를 추천할 때는 김 비서관을 통해 서류를 전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공직자치고는 공개된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출생일·출생지·학력 등 일반적인 공직자 정보조차 베일에 싸여 있다. '그림자 실세'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현 제1부속실장)이 지난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너무나 절묘한 시점

다시 인사 발표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9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현지 출석 여부 격돌

9월 28일: 김현지 제1부속실장 발령 발표


이렇게 되니까 민주당의 논리 구조가 단순해졌다. "부속실장은 국감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전례도 없는 일"이라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대법원장도 국회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이, 정작 행정부 소속 공무원인 총무비서관은 왜 그토록 보호하려 하는 것일까.

대통령실의 애매한 해명

대통령실은 "김현지 부속실장이 국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며 "국회에서 결정하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들리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민주당이 이미 김현지 부속실장을 국감에 부르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사실상 김현지 부속실장은 국감 불출석은 확실시됐다.

일반 국민들이 품을 만한 의문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시민들도 이번 사안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뭘 그렇게까지 숨기려는 걸까?' '30년 동안 해오던 일을 갑자기 왜 중단하는 거지?' '정말 문제 없다면 당당히 나와서 설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같은 상식적인 의문들 말이다.


이런 의문들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궁금증이다. 투명성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의 초기 약속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현 제1부속실장)이 지난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병욱 정무비서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실 해결책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김현지 부속실장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해서 지난 30년간 이재명 대통령을 보좌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당당히 소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대통령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만약 정말로 깨끗하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국정감사는 오히려 본인의 능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이런 훌륭한 공직자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구나"라고 인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해서 숨기고 보호하려 든다면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 뿐이다.

투명성이야말로 진정한 답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투명성이다. 권력은 햇볕 아래서 행사돼야 하고, 국민은 그 권력의 행사 과정을 들여다볼 권리가 있다.


김현지든 다른 누구든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공직자라면 국민 앞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고 신뢰받는 참모라 할지라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로 '국민주권정부'를 지향한다면, 이번 기회에 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30년 관례를 존중하고 김현지 부속실장을 당당히 국감장에 보내는 것,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투명한 정부의 참모습일 것이다.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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