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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진짜 연인 같은 김고은·정해인…'유열의 음악앨범'


입력 2019.08.21 09:08 수정 2019.08.21 09:08        부수정 기자

김고은·정해인 주연 감성 멜로

'사랑니' 정지우 감독 연출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리뷰
배우 김고은·정해인 주연


사랑의 감정을 잃어버린 요즘, 메말랐던 연애 세포를 건드릴 감성 멜로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로맨스 케미스트리(호흡)가 잘 어우러졌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1994년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 DJ가 바뀌던 날,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던 대학생 미수(김고은)와 고등학생 현우(정해인)는 우연히 만난다.

현우는 미수네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둘 인연은 안타깝게 어긋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1997년, 우연인 듯 운명처럼 다시 제과점 앞에서 만나는 두 사람. 2000년대 들어서도 둘은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기억 속의 서로를 그리며 애틋한 사랑을 이어간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 1일 시작, 2007년 4월 15일까지 13년간 청취자들과 매일 아침을 함께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대로 제목으로 옮긴 영화는 라디오 방송이 처음으로 전파를 탔을 때 두 남녀가 인연을 맺는 순간에 출발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인연을 맺는 1994년을 시작으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 반복하는 과정을 1997년, 2000년, 2005년으로 나눠 보여준다.

미수와 현우의 사랑은 애틋하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반복하는 과정은 여느 연인들처럼 싸우고 지지고 볶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실에 따라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만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다.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남녀 사이가 항상 좋을 순 없듯, 두 사람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자신을 짓누르는 팍팍한 현실과 연인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알고 싶은 이유로 상처까지 다 말해달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상처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

감독은 현우의 과거 상처를 통해 그 큰 상처가 한 인간과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약은 오롯이 사람의 사랑이라고도 짚는다.

극 중 현우가 뱉은 "가진 게 많으면 더 가지고 싶겠지만 난 강력한 한두 개 만 있으면 된다. 넌 나한테 그런 사람이야. 말도 안 되게 나한테 온..."이라는 대사가 마음을 울린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이치를 길어 올린다.

남녀의 연애담이지만 시간을 따라가면 그 시절 추억과 기억들을 곱씹게 되리라. 휴대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연애했을까. 연락을 할 수 없어 애타게 연인을 기다렸던 마음, 이메일로 사랑을 속삭이던 때가 사뭇 그립다.

영화 속 음악도 주목할 만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유행했던 노래와 숨겨진 명곡이 영화 속 플레이리스트로 소환한다. 후반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Fix You)를 비롯해 신승훈, 이소라, 유열, 루시드 폴, 핑클 등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감독은 두 배우를 가장 예쁜 방식으로 스크린에 담았다. 감독, 두 배우 모두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연출했다.

'라디오란 매체는 마음을 이어준다'는 유열의 말을 언급한 그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며 "보편적인 사랑의 감성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품고 있었던 영화의 요소들을 담고 싶었지만, 이를 표면에 꺼내서 시대극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겐 모든 시간이 현재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고은, 정해인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CGV아트하우스

현우의 상처를 깊게 들여다본 것과 관련해선 정 감독은 "미수는 현실 때문에 불안하고, 현우는 어린 시절 겪은 일 때문에 불안해한다. 사랑이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내가 겪은 상처와 불안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멜로 영화로 돌아온 정 감독은 "두 배우에게 많이 기댔다"며 "배우들이 해낸 게 그 어떤 영화보다 컸다"며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속 음악에 대해선 "이야기와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했다"며 "특히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권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 영화의 8할은 배우들이다. 미수, 현우 두 캐릭터 자체가 선한 터라 애틋함이 배가 된다.

김고은, 정해인 두 배우는 그 어떤 작품보다 반짝이며 빛난다. 실제 연인 같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마냥 소녀 같았던 김고은은 이 작품에서 성숙한 감정 연기로 은은한 여인의 향기를 풍긴다. 마지막 사진 속에 담긴 모습은 소녀처럼 맑다.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봄밤'에 이어 멜로 장인에 등극했다. 맑은 얼굴 속에 감춰둔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게끔 한다. 로맨틱하면서도 자상한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정해인의 팬들은 꼭 봐야겠다.

8월 28일 개봉. 122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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