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브랜든 웹(28)이 지난 18일(한국시간) 터너필드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서 9이닝 2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 지난달 21일 시카고 컵스전 7회 부터 시작된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42이닝으로 늘렸다.
이로써 웹은 1913년 월터 존슨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들이 거쳐 간 길을 걸어가고 있다.
월터 존슨을 넘어선 1968년의 돈 드라이스데일
워싱턴 새네터스에서 뛰었던 ´빅 트레인´ 월터 존슨은 데드볼 시대였던 1913년 6월 14일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를 상대로 56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1920년 메이저리그가 라이브볼 시대로 접어들면서 월터 존슨의 5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은 데드볼 시대가 남긴 ´위대한 유산´처럼 여겨졌지만 55년 뒤인 1968년, 불가능한 기록에 도전하는 투수가 나타났다.
바로 샌디 쿠펙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사상 최강의 원투펀치를 이루며, 1960년대 다저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돈 드라이데일이다.
1968년 드라이스데일은 5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6월 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5회까지 근 한 달 가까이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월터 존슨이 갖고 있던 5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뛰어 넘어 58⅔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드라이스데일은 5월 14일 시카고 컵스전 2안타 완봉승을 시작으로 6월 4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3안타 완봉승까지 무려 6경기 연속 완봉승을 따내며 믿지 못할 괴력을 선보였다.
드라이스데일은 6월 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5회 원아웃 이후 대타로 나온 휴이 베델에게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내주며 한 달 가까이 이어오던 무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실점 기간 동안 드라이스데일은 7승을 거두었으며 이 기간 피안타율은 0.145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14시즌 동안 209승 166패 방어율 2.95 탈삼진 2486개를 기록한 드라이스데일은 대기록을 세운 이듬해인 1969년, 32살의 나이에 은퇴를 했다.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58⅔이닝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월터 존슨의 기록을 깨는데 5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드라이스데일의 대기록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20년이 지난 1988년, 다저스의 후배 오렐 허샤이저가 59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드라이스데일의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59이닝 무실점’ 허샤이저의 1988년
1979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7라운드(전체 440순위)로 다저스에 입단한 허샤이저는 1988년 8월 30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 6회부터 9월 2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10회까지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달성, 드라이스데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당시 5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고 있었던 허샤이저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8일 샌디에이고 전에서도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팀이 연장 16회에 패배하는 바람에 6경기 연속 완봉승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허샤이저는 이듬해인 1989년 4월 5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즌 첫 경기 1회에 실점, 6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허샤이저는 6승을 따냈으며 같은 기간 피안타율은 0.163였다. 허샤이저는 그해 23승 8패 방어율 2.23을 기록,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으며 월드시리즈에서도 오클랜드를 상대로 2승을 따내는 등 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후 89년 그랙 올슨(41이닝)과 91년 그랙 매덕스(39⅓이닝)가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에 도전했지만 허샤이저를 넘지 못했다.
지난 6일 LA 다저스전 이후 내리 세 경기를 완봉승으로 따낸 웹은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세운 59이닝 무실점 기록에 도전하는 유일한 도전자다. 만일 웹이 허샤이저의 기록을 경신한다면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의 단축 시기는 55년-20년-19년으로 빨라지게 된다.
웹이 허샤이저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월터 존슨이나 드라이스데일, 허샤이저가 기록을 세울 때마다 다시는 깨지기 힘들 것이라고 여겨지던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이 사실은 지속적으로 경신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만하다. 바로 드라이스데일이나 허샤이저처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용감한 도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4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웹은 무실점 기간 동안 5승을 거두고 있으며 피안타율은 0.160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웹이 허샤이저를 넘어 새로운 메이저리그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지 28살 에이스의 도전에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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