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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극비 월경' 통치권의 한계는?


입력 2018.05.28 05:55 수정 2018.05.28 10:4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어떤 법적 근거 있는지 권한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김정은 비핵화 희망하고 다짐했다' 확인된 내용 또 들으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1] 대통령이 몰래 분계선 넘다니

⓵군사분계선은 무력대치하고 있는 양측을 가르는 선이다. 판문점이 공동경비구역이지만 서로 분계선을 넘어 다닐 수는 없게 돼 있다. 통일각은 북측 시설이다. 물론 유엔사의 동의가 있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측근 몇 사람만 데리고 비밀리에 그 선을 넘어 김정은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법률상 김정은은 반국가단체의 수괴가 아닌가.

통치권 차원의 결행이라고 말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초법적 권력을 의미하는 ‘통치권’ 개념은 이른바 진보 정치학자와 운동가 자신들에 의해 부인되고 배척된 지 오래다. 그게 아니더라도 법치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법 안에서만 그 지위를 누리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무슨 권한으로 분계선을 넘어 갔다는 것인가.

⓶이미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정상회담인지 핵협상인지를 두고 직접적인 논의가 진행돼 왔다. 트럼프 쇼크로 잠시 주춤했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사적인 것인가 공적인 것인가. 김정은이 만나자고 했다니까 북측의 의뢰는 받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중재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고집하고 있다면 이는 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이 절차를 정당화한다는 것은 비민주적 사고방식이고 행동양식이다. 대단히 위험한 선례를 남겼음을 모두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⓷26일 오후 김정은이 희망하고 다짐했다는 것들도 그간 한미 양국에 의해 거듭 확인되었고, 국내외 언론들이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내용들이다. 그걸 다시 논의하기 위해 갑자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만났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4‧27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조속한 실천도 논의됐다고 하는데, 이 점 또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과정도 없이 교전상대에 대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약속을 하면 국민은 무조건 승인해야 한다는 의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의아하다.

⓸문 대통령과 정부 측 인사들은 시종일관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한다. 북한을 미국 앞에 두는 까닭을 알 수가 없다. 의식적으로 동맹국을 적대세력 뒤에 두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더욱이 북한은 인권의 동토다. 폭압정치를 계속하는 김정은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주 절친한 친구인 것처럼 무시로, 격식 없이 만난다는 것은 우리의 겨레붙이 북한 주민에 대한 정신적 고문일 수 있다.

미국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계속해 왔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겠지만 그건 오히려 대단히 다행한 일이다. 만약 한미 동맹 및 우호협력 관계가 미국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이야말로 위험한 상황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런 시대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떨치기 어렵게 하는 이즈음이다.

[2] 트럼프의 반갑잖은 중재자

⓵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일정으로 미국에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9일에 전화통화를 했으면서 왜 급급히 미국에 갔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아직 없다. 뭔가 긴급히 해명해야 할 일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밖에….

이날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지 않았을까? 엄청난 비용을 들인 무력시위와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김정은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문 대통령이 게임에 끼어들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크게 누그러뜨렸다. 트럼프로서는 다 잡은 사냥감을 놓친 포수의 심정이 되었을 수 있다.

⓶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하지만 기실 미국으로서는 그런 절차가 필요 없었을 듯하다.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적이 없었고, 김정은이 원하면 언제든 협상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회담을 주선했다고 하면서 특사를 보내와 설명을 했으니 트럼프로서는, 썩 달갑지는 않지만, 내칠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더러 직접 기자들에게 밝히라고 했을 것이다.

⓷그 선까지는 그런대로 수용할 수 있었겠지만 이후 계속 문 대통령의 운전자 행세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게 됐을 수 있다. 세기적이고 세계적인 게임에 문 대통령은 마치 주전 선수인 것처럼 사사건건 개입할 뿐 아니라 김정은의 입장을 필요이상으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까 우리 동맹국 미국을 상대로 남북한이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심한 배신감을 가졌을 법하지 않은가.

⓸그간에 알려진 바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트럼프는 자신감과 승부욕 및 자기과시욕구가 남다른 정치인이다. 북한 핵문제도 전적으로 자신이 해결했다는 평가와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다자간 협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압박으로 막 북한을 무릎 꿇릴 참이었다.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시키면 노벨평화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 자신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의 공동수상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자신이 받을 잔칫상을 남이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을 경계하게 마련이다. 이래저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히 거북한 상대로 인식될 법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좀 눈치가 없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22일 트럼프를 만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북 3자 정상회담 개최방안과 대북 경제지원책을 제안했다. 이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아주 도발적이고 무례한 성명 때문에 기분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외무성 부상들의 오만방자한 성명에 대해 공분을 표하기는커녕 미‧북 정상회담 후 자신의 입지와 북한에 대한 대가 지불에만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답답하고 화가 날 만 했다고 하겠다.

[3] 주연 역할 넘보지 말라는 경고

⓵한미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기자회견에 더 시간을 할애하거나 기자의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통역할 필요가 없다고 한 데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실려 있었을 터이다. 당신이 정직하고 정확한 메신저 역할을 못한 결과가 최선희 따위의 막말로 나온 게 아니냐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을 텐데 문 대통령은 모르는 양 웃기만 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보다 진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표하면서 한미공조 의지를 밝혔다면 그 다음날 자신이 취할 조치에 대해 귀띔 정도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정상 사이엔 ‘동맹끼리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왜 갔는지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전혀 풀어주지 못한 채 귀국했다.

⓶트럼프로서는 북한의 천둥벌거숭이 행태를 묵인했다가는 더한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여길만했다. 그래서 노련한 협상가답게 둘러엎기를 통한 주도권 장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문 대통령에 대한 주의환기일 것이었다. “내가 판을 주도할 것이니까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부추기는 것 같은 개입은 안 하는 게 좋겠다. 앞으로의 국면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없다는 걸 알아 달라.” 그런 메시지가 내포된 게 아닐까?

⓷트럼프는 여전히 미‧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게임의 구도를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김정은에 회담 취소를 통고하면서도 그 표현에서는 예우를 다했다. ‘각하’라는 호칭을 쓴 것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북한에 대한 최상의 대우라 할만하다. 또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하면서도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나 편지를 보내라”고 했다.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이었다. 인질 3명을 풀어준 데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⓸트럼프는 김계관이 유감을 표명하며 수뇌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바로 회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취소 서한은 충격요법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도력을 확인시켰다. “하기 싫으면 말아라. 하고 싶으면 내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라. 괜히 게임의 플레이어를 늘리지 마라. 한국이든 중국이든 참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해법은 복잡해진다. 결정권은 바로 나에게 있다.” 그런 뜻으로 들린다.

그렇거나 말거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한 후견인 역할에 집착하고 있다. 김정은을 남몰래 만나기보다는 트럼프에게 연락하라고 조언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급히 김정은을 만나 또 훈수를 들면서 북측에 대한 우리의 경제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추측된다. 핵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선물자랑부터 하는 격이다. 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조급함이 북한핵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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