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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조재현은 지옥과 공포"…'PD수첩' 성폭력 폭로


입력 2018.03.07 00:12 수정 2018.03.07 09:57        부수정 기자

피해자들 방송 출연해 잇따라 증언

김기덕 감독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

MBC 'PD수첩'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영화계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짚었다.MBC 'PD수첩' 화면 캡처 MBC 'PD수첩'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영화계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짚었다.MBC 'PD수첩' 화면 캡처

피해자들 방송 출연해 잇따라 증언
김기덕 감독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씨는 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인데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합니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움직임이 이어진 가운데 김기덕 영화감독과 배우 조재현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왔다.

MBC 'PD수첩'은 6일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다뤘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1996년 영화 '악어'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둘은 1997년 '야생동물보호구역',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 불명', 2002년 '나쁜 남자', 2013년 '뫼비우스'를 함께 작업해온 영화계 대표 콤비다.

먼저 여배우 A 씨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에 캐스팅됐지만 촬영 이틀 만에 중도 하차, 영화 속에서는 한 컷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영화를 찍을 당시 김기덕 감독이 굉장히 모욕감을 줬던, 내가 정말 싫었던 말이 'XX는 권력이다'라는 말이었다.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영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들의 성적인 사생활에 대한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대본 리딩날 김기덕 감독이 다른 여성 영화 관계자와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맺자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새벽에 김기덕 감독은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며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당 해고라고 항의했지만, 그는 결국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으며 영화를 그만뒀다.

입장을 묻는 제작진에게 김기덕 감독은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영화 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이 점을 생각하며 촬영했다.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키스를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 동의하에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적 있다.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성폭행은 한 적 없고, 서로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는 게 김기덕 감독의 주장이다.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배우 B씨는 "솔직히 조심스럽다. 김기덕 감독과의 일 이후로 아예 업계를 떠났다. 그의 표현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당시 김기덕 감독이 '네 가슴을 봐도 되겠느냐', '유두의 색깔이 핑크색이냐, 검은색이냐', 내 성기가 어떤 모양일 것 같냐', '네가 스스로 네 성기를 본 적이 있냐' 등의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급기야 '내가 너의 몸을 보기 위해 같이 가서 확인할 수 있느냐'고 말하길래 무서워서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도망쳤다"고 고백했다.

MBC 'PD수첩'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영화계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짚었다.MBC 'PD수첩' 화면 캡처 MBC 'PD수첩'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영화계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통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짚었다.MBC 'PD수첩' 화면 캡처

또 다른 여배우 C씨는 "영화 합숙소가 지옥이었다"며 "혼자 있을 때는 김기덕 감독이나 조재현 씨 중에 누가 문을 두드릴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 방에 가면 다른 배우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김기덕 감독은 늘 성관계에만 혈안이 됐다. 그와 늘 몸싸움을 해야 해서 힘들었다. 결국 저는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재현에 대한 성폭행 폭로도 이어졌다. C씨는 "조재현 씨가 방문을 두드리는 게 무서웠다. 공포의 문 두드림, 공포의 전화벨이었다. 본인이 원하는 게 안 되니까 계속 찾아왔다. 결국엔 강압적으로 성폭행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조재현의 매니저가 C씨에게 한 말을 충격적이었다. C씨는 "조재현의 매니저가 조재현 씨와 같이 작품을 하게 해줄 테니 나랑 자자고 했다. 싫다고 했더니 '너 김기덕 감독과는 잤잖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고통을 받는 동안, 둘은 승승장구했다. 피해자들은 죽음 앞에서 삶도 포기하고, 숨도 쉴 수 없다. 지금은 살아있는 게 감사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조재현의 전 소속사 관계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터질 게 터졌다"는 그는 "어느 날 어디에선가 막 전화가 오길래 물어봤더니 '돈을 줬는데 왜 그러냐'고 했다. 그래서 가정도 있는 분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더니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조재현은 "편하게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면서 "처음에 돌았던 이야기는 80%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재현은 취재진을 만나지 않았고, 이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것들이 왜곡돼서 들려온다"고 얘기했다.

전 김기덕 영화 스태프 D씨는 "정사신을 촬영 중이었는데, 김 감독이 여배우에게 다가가 '야 다리 벌려 다리 벌리라고' 소리쳤다. 여배우가 그런 얘기를 듣고 얼마나 수치심을 느꼈겠느냐.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집에 울면서 가고 싶어 했을 거다. 근데 이름 없는 조연 배우라서 (촬영을 그만두면) 그냥 (배우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마음이었을 거다. 영화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감정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현장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고 회상했다.

모자이크 처리를 요구한 영화 감독은 "성폭력은 현장 안에서 지위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 간에 벌어진다. 이 문제가 성폭행이나 성추행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직업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배우 C씨는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인데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해요. 전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둘은)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로 반성해야 하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거 그만둬야 합니다. 왜 피해자들의 꿈이 꺾여야 하나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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