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경쟁력, ‘자극과 실험’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5.27 12:12  수정

높아진 인기-매너리즘 사이

과도기에 놓여있는 <무한도전>

아마도 MBC <무한도전>은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인 듯하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주말 예능가에서 반년 가까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매회 프로그램이 방영되자마자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떠오르고, 출연자들의 멘트나 행동 하나하나가 이슈화될 정도로 화제를 모은다.

<무한도전>은 불과 1년여 전만하더라도 한 자릿수 시청률로 존폐의 기로에까지 섰던 프로그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괄목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인기가 높아진 만큼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와 까다로운 평가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무한도전>의 높은 시청률은 변함이 없지만, 최근에는 부쩍 비판적인 지적을 받는 부분도 늘어났다. <무한도전>을 이끌어나가는 여섯 멤버들이 지닌 고유의 컨셉이나, 게스트 섭외의 적절성 여부, 특정 출연자나 프로그램 홍보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사실 시청자의 인기를 먹고사는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피할 수없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상상플러스>(KBS)나 <야심만만>(SBS)이 전성기 시절, 높은 인기만큼이나 하루가 멀다하고 잦은 설화와 실수로 인하여 비난의 도마에 오르내린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일방적인 ‘안티’라기보다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과 기대치가 높다는 반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무한도전> 방영분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이영애-최지우 등 잦은 외부 게스트 섭외에 따른 ‘홍보’ 논란이나, ‘노홍철 저질댄스’, 김현철 출연으로 인한 ‘제7의 멤버’ 설, 노홍철의 형 노성철의 출연들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색깔을 두고 시청자들의 서로 다른 기대치들을 반영하는 이슈들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아마도 지금 과도기에 놓여있다. 방영 초기부터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즐겨오며 고유의 스타일과 캐릭터들에 익숙해진 ‘마니아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거듭하며 새롭게 유입된 다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가.

엄밀히 말해 정답은 없다. 어떤 팬들은, 매주 하나의 미션을 정하여 저예산의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을 거듭하던 초창기 시절(그러나 시청률은 형편없었던)이 더 재미있었다고도 한다. 혹은 벌써 방영 4년을 넘긴 프로그램과 멤버들의 조화가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날마다 변화하는 방송가의 트렌드와 시청자들의 다양한 눈높이를 완벽하게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비하여 오로지 <무한도전>만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장점은, 바로 이러한 ‘포맷의 유연성’에 있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이하, 여섯 남자의 도전기’라는 기본적인 틀을 제외하면 어떤 제한이나 고정관념도 없다. 매주 상황이나 설정의 변화에 따라 <무한도전>은 토크쇼도, 버라이어티도, 시트콤도 될 수 있다. 어제는 물공놀이를 하고 어설픈 서커스를 펼치던 멤버들이, 오늘은 근사한 전문 패션모델이 되거나 최고령 아이돌스타(?)가 되어 각종 행사를 누비기도 한다. 매번 ‘놀이판’을 바꾸며 스스로에게 자극을 줌으로서 캐릭터의 친숙함과 포맷의 새로움을 조화시키는 것이 <무한도전>의 매력이다.

하지만 유일한 아쉬움은 <무한도전>은 이끌어나가는 여섯 명의 캐릭터들에게 있다. 오랫동안 함께한 탓에 친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최근 6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구조는 이제 새로운 것이 없고, 시너지효과 역시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경우가 많다.

멤버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데 치중하거나 서로에 대해 과도한 비난 일색으로 치닫는 자극적인 설정들, 노홍철의 ‘돌아이’ 캐릭터같이 다소 지나치게 튀는 컨셉들은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사실. 몇몇 멤버들은 타방송사나 다른 프로그램들에도 유사한 캐릭터로 동반출연하며 다소 식상함을 자아내는 부분도 없지 않다. <무한도전>의 원동력이 캐릭터간의 균형과 조화에 있음을 감안할 때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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