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득 옷 깃만 스쳐도...' 괴담에 떠는 ★

이한철 기자

입력 2016.12.01 08:23  수정 2016.12.02 22:35

'최순득 연예인' 소문-루머 무성

진위여부 관계없이 이름 거론 치명

이른바 '최순득 연예인'이 명단이 몰고 올 파장에 연예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연합뉴스

"실명이 거론되면 그걸로 끝이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연예계에도 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비선실세' 최순실 언니 최순득이 연예계에 폭넓은 인맥을 쌓아온 것은 물론, 방송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순득과 옷깃이라도 한 번 스쳐본' 연예인들은 살얼음을 걷는 심정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최순득을 통해 어떠한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실명이 거론되면 '최순득 연예인'이라는 꼬리표가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꼬리표는 사법적인 처벌보다 무섭기만 하다.

'최순득 연예인'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순득 씨가 회오리축구단을 통해 연예계 자락을 쭉 만들어놨다"며 "대형기획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가수가 국제행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돼 노래를 부른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비슷한 맥락은 폭로성 기사들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동아일보'는 "최순득씨가 매년 김장철이 되면 다수의 연예인들로부터 김치값 명목으로 돈을 받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고, 26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최순득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과 일주일에 세 번씩 골프를 쳤다"는 최순득의 전 운전기사 J씨의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8일 '더팩트'는 "방송인 강석이 최순득과 막연한 사이"였다는 중견가수 A씨의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예인의 실명이 언론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강석이 처음이었다.

물론 거론된 연예인들은 하나 같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또 명확한 증거가 제시됐거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일은 없다. 대부분 최순득 측근들의 증언에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기억은 때론 왜곡될 수 있고,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론된 일부 연예인들에겐 이미 '최순득 연예인' 낙인찍기가 진행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아무리 해명을 한다 해도 아니라는 증거 또한 제시하기 어려운 데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강요할 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기사에는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비난과 조롱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른바 '개념 연예인'들의 대척점에서 선, 청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최순득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해서 이들이 최순득을 통해 어떤 특혜를 받거나 금전적인 거래를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중에는 우연히, 혹은 최순득 측의 접근으로 '옷깃만 스쳐간' 이들도 있다. 그들에 대한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과도한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최순득 연예인' 논란은 다른 스캔들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억울한 루머가 확산되면 제2, 제3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연예인과의 친분이 아니다"며 "연예인들을 희생양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고개를 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소한 마녀사냥으로 인한 죄 없는 희생양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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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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