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차트 장기 집권의 이면…케이팝 시장 ‘파이 축소’ 경고등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2.18 11:11  수정 2025.12.18 11:11

올해 하반기 대중음악 시장이 피지컬 앨범 판매량 감소와 음원 차트 고착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매년 양적 팽창을 거듭하던 앨범 시장은 전년 대비 누적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음원 시장은 신곡의 유입 부진으로 전체 이용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 전반의 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 ⓒ넷플릭스

업계는 10월 시장 지표를 바탕으로, 케이팝 시장이 단순한 숨 고르기를 넘어 구조적인 위축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먼저 피지컬 앨범 시장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써클차트 10월 앨범 판매량 400(1위부터 400위까지 판매량 합계)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판매량은 약 890만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대비 23.0% 급감한 수치이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6.0% 감소한 기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연간 누적 데이터의 감소세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TOP400 기준 누적 앨범 판매량은 약 8050만장으로,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1만장이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올해 최종 월간 누적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9000만장대가 될 것”으로 전망해, 수년간 이어지던 시장의 우상향 곡선이 꺾였음을 시사했다.


음원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10월 ‘음원 이용량 400’(디지털차트 1위~400위 이용량 합계)은 전월 대비 3.4%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7.3%나 줄었다. 이러한 이용량 감소는 차트 상위권의 장기 집권 현상과 맞물려 기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은 10월 차트에서도 1위를 수성하며 4개월 연속 월간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골든’의 10월 써클지수는 지난 8월 1위에 올랐을 때와 비교해 45%나 급락했다. 2위를 기록한 우즈(WOODZ, 조승연)의 ‘드라우닝’(Drowning) 역시 지난 5월 2위 기록 당시보다 지수가 19% 하락했다. 최상위권 곡들의 이용량이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순위 변동이 없다는 것은, 이들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경쟁 신곡이 실종됐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차트 고인물’ 현상은 신곡 부재가 심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10월 월간 차트 10위권 구성을 살펴보면, 당월 발매된 신곡은 엔믹스(NMIXX)의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단 한 곡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리는 9월 발매곡 2곡과 그 이전에 발매된 구곡 7곡이 채웠다. 신곡이 유입되어 새로운 트래픽을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 곡들의 자연 감소하는 이용량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상위권 경쟁 부재를 넘어 음원 시장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데이터 역시 신곡의 영향력 상실을 뒷받침한다. 2025년 10월 TOP400 기준 신곡 이용량 점유율 조사 결과, 3개월 이내 발매곡의 점유율은 16.2%에 그쳤다. 이는 두 달 연속 10%대에 머무른 수치로 단기 흥행 동력이 상실되었음을 보여준다. 6개월 이내 발매곡 점유율 또한 30.9%를 기록하며 지난 7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18개월 이내 발매곡 점유율은 51.8%로 나타나 2025년 1월 이후 처음으로 5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장기적인 음원 소비 패턴에서 신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 저널리스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상위 곡들의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순위 변동이 미미했다는 사실은 경쟁 신곡이 현저하게 부재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장기적인 음원 시장의 소비 패턴에서도 신곡 비중이 축소되며 시장 위축과 관련한 향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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