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다운 범죄 스릴러 ‘자백의 대가’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21 13:45  수정 2025.12.22 06:01

배우 전도연이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자백의 대가’에서 살인 용의자와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희대의 마녀와 나누는 복잡한 감정까지. 어려운 역할을 맡아 긴장감을 조성했다.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의 ‘이면’을 고민하고, ‘나만의 해석’을 더하며 입체적으로 캐릭터와 작품을 완성했다.


전도연은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에서 윤수 역을 맡아 살인 용의자 겸 억울한 피해자의 처절한 상황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작품의 내용도 좋았지만, ‘굿와이프’의 이정효 감독과 영화 ‘협녀’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배우 김고은과 다시 재회할 수 있어 일단은 즐겁게 출연을 결심했다. 두 사람을 향한 신뢰도 있었지만, ‘한 발 앞서 나간’ 드라마 ‘굿와이프’와 10년 사이 폭풍 성장한 김고은과 함께라면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로 호감이 갔다. 또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이 감독님의 ‘굿와이프’를 좋아했다. 모든 작품이 힘들지만, 그 작품은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감독님, 김고은과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렇게 돼 조금 더 쉽게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지만, 윤수의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억울한 피해자 사이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작품의 특성상, 필요한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납득 가능하게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


“윤수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의 이면을 조금 더 고민했다. 남편이 죽고 살인범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윤수의 외양을 보고 ‘저 여자는 저럴 것이다’라는 의심을 하지 않나. 그게 장치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일단은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내,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일 때 화목하고 번듯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기도 했다.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딸 이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윤수의 ‘모성애’ 외에, 윤수만의 원동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에 모성애 가득한 엄마 윤수를 넘어, ‘진실’을 위해 싸우는 뚝심 혹은 모은과의 연대 등 ‘자백의 대가’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끊임없이 자기 결백을 외치는 윤수가 조금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했다. 윤수 입장에선, 정말 결백해서 그렇게 외치는 건데, 그럼에도 위험한 거래를 받아들일 땐 납득 가능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나는 사람들이 윤수에게 모성애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딸을 생각해서 나가셔야죠’라고 한다. 물론 모성애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모든 동기가 모성애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성애만 거듭 강조하기보다는 복잡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넷플릭스

‘비주얼’의 도움도 받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희생적인 엄마가 아닌, 자유롭고 싶은 의지가 뚜렷한 윤수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도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


“의상 콘셉트는 일단 대본에도 있었다. ‘어떻게 남편이 죽었는데 저런 옷을 입지’ 싶은 옷이어야 했다. 나는 색감이 조금 더 도드라지기를 바랐다. 남들 시선 안 쓰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히피’ 같은 느낌도 떠올렸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늘 의상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다. 혹은 ‘인물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는지’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나도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인물에 대해 알아가곤 한다.”


이렇듯 윤수의 다채로운 얼굴을 표현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본 적 없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억울한 피해자부터 딸을 향한 애틋한 엄마의 모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끌어내는 강단 있는 면모 등 다양한 표현 속, 새로운 얼굴도 등장했다.


“(연기를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겠다고 의식하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지인분이 ‘전도연의 처음 보는 감정, 표정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윤수의 절실함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담긴 것 같아 다행이었다. 물론, 그런 걸 인지하고 연기한 건 아니다. 누군가는 ‘인상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라고도 했는데. 절실한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얼굴 근육이 저절로 많이 쓰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능성을 넓힌 것 같아 감사했다. 아직은 연기하는 것이 즐거운 전도연이 또 어떤 얼굴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지 궁금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근데 그게 고통스럽진 않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먼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일단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연극도, 영화도, 드라마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아직 괜찮다. 뭔가를 하고 싶거나 해야 할 때 ‘즐기면서’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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