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연지곤지? 태권도 전자호구에 대한 오해

데일리안 스포츠 = 김창완 객원기자

입력 2016.09.04 08:15  수정 2016.09.06 13:50

헤드기어에 스치고 찍는다고 포인트? 잘못된 시각

전자호구가 아닌 규정의 문제...손질하면 도약

리우올림픽 태권도 동메달 이대훈. ⓒ 게티이미지

“전자호구 도입·점수제 도입에도 지루해진 태권도”
“태권 남매 '금 사냥' 출격...변수는 '전자호구”
“달라진 전자호구, 대표팀엔 호재?”
“재미 위해 져야 하나...태권도 국가대표의 딜레마”
“발로 연지곤지 찍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대한 국내 언론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마디로 태권도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비단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태권도인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태권도가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외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를 취재하다보면 항상 관중들이 꽉꽉 들어차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득점과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한다. 게다가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서 있는 줄도 자주 눈에 띈다. 그렇다고 그들이 태권도 경기의 룰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가려져야 하고, 승자는 관중들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즐긴다.

물론 과거에는 큰 동작이 나왔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은 평준화 됐다. 더 이상 큰 동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 기술이 평준화 될수록 동작은 작아지고 스피드는 빨라진다. 비단 태권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재미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지적하는 전자호구 도입 이후 외국 관중들은 더 열광하고 있다. 일반호구를 착용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편파판정으로 인해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4~5년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호구 때 경기에 패해 나오는 선수와 지도자의 얼굴에 역력했던 피해의식도 사라졌다. 그렇다보니 관중들은 경기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됐고,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호구를 착용해 치른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가진 선수가 심판을 공격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전파를 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기 일쑤였다. 한국과 맞붙는 경기는 더 심하다.

또 장비의 변화에 상대선수의 기술향상에 따른 변형된 기술이 개발되고, 전략과 전술이 바뀐다. 이러한 점을 관전 포인트로 삼는다면 재미없는 게 아니라 진화된 재미있는 태권도경기를 볼 수 있다.

대만의 료칭원 경기력향상 위원장(2014년까지 대만 태권도 총감독 당시)은 “전자호구 도입 이후 경기가 재미없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불과 4~5년 전 태권도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퇴출 위기에 처했었다. 그 핵심적인 이유가 판정논란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판정논란을 없애기 위해 방법으로 전자호구, 다득점제, 비디오리플레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보고서를 IOC에 제출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전자호구를 사용했고, 얼굴을 제외한 판정문제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얼굴득점에 대한 판정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세계태권도연맹은 전자헤드기어를 도입해 그랑프리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검증을 거친 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사용했다.

전자호구를 도입한 2012 런던올림픽과 헤드기어까지 도입한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판정논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전자호구가 두 번의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두 번의 올림픽 모두 대도 전자호구(GEN2)를 사용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착용한 GEN2 전자호구와 전자헤드기어는 기능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 이후 재미없다는 비판은 전자호구가 아닌 규정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가대표 정광채 코치는 “전자호구에 대해서는 비판할 게 없다. 단지 규정의 문제다.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위해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자헤드기어 정확도는 98퍼센트로 나타났다. 발로 머리 공격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득점이 안 나온 경우 리플레이로 확인 결과 공격한 선수가 맞은 선수의 어깨위에 올려놓은 팔을 공격, 그 팔이 자신의 헤드기어를 벗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우올림픽 금메달 오혜리. ⓒ 게티이미지

터치도 안 된 채 스치기만 한 경우도 득점은 표출되지 않았고,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전자헤드기어를 착용함으로써 비디오 리플레이가 감소됐으며, 경기의 흐름도 훨씬 매끄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GEN2 몸통호구의 경우 공격 시 상대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득점이 쉽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스쳤거나 비벼서 표출된 득점은 없었다.

하지만 전자헤드기어로 가릴 수 없는 얼굴 앞면에 대한 대책과 터치에서 타격으로의 전환, 발보호대에 부착된 센서 조정, 발등·바닥으로 확실하게 공격해야 득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양진방 사무국장은 “전자호구 도입 이후 판정논란은 많은 부분 해소됐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나타난 몇 가지 규정을 보완한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태권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효과도 필요한 만큼 태권도 장비의 디자인 개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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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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