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드라마 붐,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입력 2006.11.06 09:42  수정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전개로 식상한 사극드라마

사극드라마의 전성기다. MBC월화드라마 <주몽>의 시청률이 40%를 넘으면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봇물 터지듯, 사극드라마가 등장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예전부터 예상되어 왔다.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주몽>과 SBS<연개소문>, 발해 건국이야기인 KBS<대조영>, 조선 기생 이야기인 <황진이>까지.

이미 방영시기가 겹칠 것이 뻔했고, 우연치 않게 <주몽>이 대박을 터트리며 사극붐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일주일 내내 각 방송사에서 방송하는 사극 드라마를 보면 걱정이 든다.

예전에 마치 트랜드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넘쳐났던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92년 MBC<질투>가 인기를 끌면서, 최진실, 채시라, 김혜수, 하희라 등의 여배우를 필두로 여러 트랜드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바통을 심은하, 고소영 등이 어이가면서 최근까지도 꾸준히 트랜드 드라마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각 방송사에서 내놓은 트랜드 드라마는 90년 중반을 넘어오면서 소개고갈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지지부진해졌다. 이제는 트랜드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으면 인기작품으로 불리니, 예전을 생각하면 트랜드 드라마가 퇴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시청자들의 변화와 인터넷 보급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내용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한 트랜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사극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물론 사극드라마 자체가 과거의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내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 비슷비슷하다. 특히, <주몽>과 <연개소문>은 같은 시대를 아니더라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주몽과 연개소문이 젊었을 때, 겪었던 시련과 이를 극복하고 영웅으로 등장하는 형식은 흡사하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잘 알려지지 않은 발해 이야기를 KBS가 방송하면서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하기 까지, 시련이 더해졌다. 그 뿐이 아니다. 같은 방송사 <황진이>도 화초를 올리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명기가 되기 전 시련과정이 방송되고 있다.

일종의 사극의 법칙처럼 등장하는 이 시련은 전에 방송됐던 사극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물론 방송되는 사극 드라마가 천편일률적인 모습은 아니다. 표방하는 바가 다 다르다. 퓨전, 정통 사극 등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야기 구성과 전개가 비슷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나마 KBS <대조영>이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 많은 찬사를 받고는 있지만 여타 <주몽>과 <연개소문>은 인기에 비해 작품성은 현격하게 떨어져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주몽>은 전투신에서 15명의 인원을 동원해 전쟁을 치르는 장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으며, 해모수의 열연으로 방송 초기에 칭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고구려 건국으로 이야기를 마칠까, 싶더니,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로 연장방영을 결정했다. 고구련 건국과 소서노의 백제 건국 이야기까지 담을 예정이란다.

<연개소문>은 배경 공사가 지연되면서 합판으로 배경을 대신해, 많은 네티즌들의 조소를 받아야만 했다. 또한 방송 초기에 스팩터클한 전투신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그 이후 연개소문의 사랑에 내용이 함몰되었고, 준비 기간이 부족했는지, 여러 세트의 부실함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황진이는 어떠한가. 이제까지 사극드라마의 단골 배경이 조선시대, 단골 소재의 주인공들이 조선여성이었다. 그 점을 그대로 답습해, 선악의 구도가 등장하면서, <장희빈>을 다시 보는 듯하다.

물론 이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흠잡을 데가 없다. <주몽>의 송일국인 이 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찬사까지 받으며, 많은 이들이 연기력에 감탄하고 있다. <대조영>의 최수종도 마찬가지다. 또한 <황진이>에 하지원과 김영애도 각각의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작품의 질을 떠나 모두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의 전개가 기존 사극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데도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도 사극 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인 작품들이 많다. 얼마만큼의 돈을 들여 스팩터클한 면모를 보여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차별화가 절실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앞서 국민드라마로 인정받았던 <허준>과 <대장금>을 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젊었던 시절에는 많은 시련과 질투를 받으며 권모수술에 갖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지금의 주몽과 연개소문, 대조영, 황진이가 하나같이 그렇다.

이후 허준과 대장금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절대진리처럼 이를 극복하고 조선시대의 최고의 의원으로, 최고의 의녀로 부활한다. 분명 주몽은 고구려 건국을, 연개소문은 수나라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대조영은 발해를 건국하며, 황진이는 조선 최고의 명기로 탄생할 것이다.

물론 위인을 주인공을 삼았으니, 위인전 일대기처럼 시련 후에 성공이 어느 정도 법칙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 전개가 너무나도 단순하며, 비슷하다는 점이다. 결국 트랜드 드라마처럼 비슷한 전개방식으로 인해 언젠가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사극드라마의 붐을 마냥 반기를 수는 없다. 이전에도 한때 사극드라마가 선풍적인 열풍을 끌던 때가 있던 시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두 종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트랜드 드라마와 사극 드라마.

더 나아가지도 못하는 드라마의 장르를 보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 점으 생각해 사극드라마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 예전에 방영됐던 MBC<다모>를 생각해 보면 그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으니, 제작기간이 늘어나고,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방송사들은 실험적인 모험을 할 필요성이 있다. 계속해서 사극드라마로 시청률을 올리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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