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김두한과 시라소니를 잊으세요!

입력 2006.11.03 09:04  수정

상대의 총을 주먹으로 맞설 수 있다고 오판하는 상황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지금은 옛날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판을 치던 주먹 세계에서의 평화협정 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김두한이 종로의 우미관을 잡고 있던 시절에는 주먹이 센 건달이 상대적으로 약한 건달을 지배했다. 지배를 받기 싫으면 전쟁을 일으켜 김두한을 쓰러 뜨려야 한다.

김두한도 숱한 싸움 끝에 종로를 지배했고 지배한 후에도 숱하게 도전을 받아 내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나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주먹세계에선 진정한 평화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시간이 문제지 싸움은 항상 존재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힘센 주먹들끼리도 싸우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쪽이 꼬리를 내리고 부하가 되던가 아니면 서로 상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싸우면 자칫 당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는 상대를 서로 인정하는 방법일 것이다.

당시 절대 강자 김두한과 시라소니 이성순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김두한은 자신이 장악하고 있던 종로의 우미관 앞에 시라소니가 나타나자 본능적으로 싸움 할 태세를 하고 "네가 죽을려구 환장을 했구나. 지발로 호랭이 굴로 왔다 이거지."라고 말하면서 시라소니를 쏘아보고는 기선 장악을 노렸다.

만주 벌판에서 조선 팔도에 이르기 까지 싸움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해야 할 시라소니도 기죽을 리가 없었다.

"어~ 기래 인사치구는 화끈해서 좋구만 기래두 첨보는 사람에게 너무하지 않네. 내두 님자랑 함 붙어 보고 싶었수다. 그래 함 붙어 보자우!"라고 뱉으면서 웃통을 벗기 시작했다.

모두 긴장하면서 이 두 거물의 싸움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때, 김두한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제가 농담한 겁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동생으로 받아 주십시요."라고 말하자 시라소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선뜻 응하고는 악수를 청했다.

두 거물급 주먹들은 서로 상대를 한눈에 알아보곤 즉석에서 평화 조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주먹은 김두한보다 약하지만 시나소니는 몸이 김두한보다 빨랐고 건달세계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박치기가 있었다.

김두한도 시라소니의 박치기를 두려워했고 시라소니도 김두한의 주먹과 발차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결국 그 두 거물은 서로 붙지 않고 평화를 택했다.

핵은 한방에 상황 끝!
그러나 그 상황에서 만약 둘 중 한사람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둘이 평화조약을 체결 했을까? 평화조약 대신 바로 꼬리 내리고 싹싹 빌면서 부하가 되던가 아니면 죽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부하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건너편 이층건물에서 장총으로 무장한 저격수가 있다고 상대에게 알리고 보여주는 길뿐일 것이다.

작금의 우리의 상황은 이렇다.

주먹은 우리가 세고 빠르기 까지 하고 박치기도 일품이라서 맞장을 뜨면 게임도 되지 않는 상대지만 상대에게는 총이 있고 우리에겐 총이 없다.

게다가 그나마 지원해줄 저격수도 있었는데 우리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으니까 필요 없다고 큰소리치면서 저격수를 잔뜩 삐지게 해놓았기 때문에 저격수는 총을 접고 이층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나마 늦게라도 이렇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상대의 총을 주먹으로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하고 건방지게 버티고 있는 것이 더 큰일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KOTRA에서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에 참석해서 "북한이 핵무기로 한반도를 선제공격할 것인지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군사적 균형이 파괴 됐을 때 평화가 깨진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군사적 균형이 깨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 군사적 균형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걱정이 태산이다.

상대는 핵이 있고 우리는 핵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재래식 무기가 많고 돈도 많으니까 핵과 싸울 수 있는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대통령이 오판하고 있는 판국이다.

게다가 유일한 핵우산인 미국도 필요 없다고 툭하면 건드려서 잔뜩 삐지게 만들어 놓았다.

낭만적으로 주먹으로만 싸우던 김두한과 시라소니의 시대로 착각하고 섣불리 평화를 논하다간 한방에 간다.

핵은 맞으면 회생 불능이다.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상대의 핵을 없애도록 노력하면서 우리를 막아줄 핵우산인 미국과 혈맹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김두한과 시라소니 시절의 건달은 그래도 낭만적이었지만 어느 때 부터인지 회칼 들고 설치면서부터 건달세계가 삭막해지더니 총을 겨누면서 의리와 사나이의 정도 사라져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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