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특급 피칭을 이어나가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와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28·시애틀)가 같은 듯 다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커쇼와 에르난데스는 명실상부 올 시즌 양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이다. 아직 시즌 일정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페이스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쇼는 시즌 초 부상에도 불구하고 14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경기서 그가 기록한 패전은 단 2경기에 불과하며 1.78의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여기에 탈삼진(4위)을 제외하면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완투, WHIP 등 전 부문에 걸쳐 리그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커쇼다.
킹 펠릭스 역시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25경기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 중인 에르난데스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WHIP 부문 리그 1위이며, 이닝과 탈삼진, 승률에서도 2위에 올라 이변이 없는 한 생애 두 번째 사이영상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두 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까지 바라보고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MVP를 따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MVP는 말 그대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팀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가를 척도로 삼는다. 따라서 출전 경기 수에서 타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 투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정된 상이 최고 투수에게 따로 주는 사이영상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투수의 MVP 수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장 최근은 2011년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벌랜더로 당시 눈에 띄게 활약한 타자가 없어 수상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시계를 좀 더 앞으로 돌려보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984년 윌리 에르난데스(디트로이트), 1986년 로저 클레멘스(보스턴),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오클랜드) 정도뿐이며, 내셔널리그에서는 1968년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이후 46년째 투수에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두 선수 가운데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는 역시나 커쇼다.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인 타자는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와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이 있지만 둘 모두 팀 성적이 받쳐주지 않아 수상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이들보다 중부지구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밀워키의 조나단 루크로이나 지난 시즌 MVP였던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에게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또 다른 변수는 투수 부문에서 커쇼를 추격 중인 자니 쿠에토와 애덤 웨인라이트의 존재감이다. 이들 모두 커쇼와 함께 14승을 거두고 있는데다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사이영상급 피칭을 이어나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 MVP가 사이영상을 받지 못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커쇼 입장에서는 사이영상을 확보해야 MVP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커쇼-에르난데스 올 시즌 성적(붉은 글씨는 리그 1위).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킹 펠릭스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위협할 만한 투수가 없어 무난한 사이영상 레이스를 질주 중이다. 그나마 최다 이닝과 탈삼진 1위를 기록 중인 데이빗 프라이스를 꼽을 수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3.21로 높아 에르난데스를 제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사이영상을 석권할지언정 MVP에는 근접하지 못할 전망이다. 일단 시애틀의 팀 성적이 서부지구 3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지구에서 선두 경쟁 중인 오클랜드와 LA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2위 팀이기도 하다. 그나마 희망은 2위 에인절스와의 5.5경기 차를 줄이는 일이다.
게다가 벌써부터 아메리칸리그 MVP로 거론되는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올 시즌 타율 0.299 27홈런 85타점을 기록 중인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유일의 6점대(6.2) WAR를 기록 중인 타자다. 이는 투수 부문 1위인 커쇼(5.9)보다도 높은 수치다. 사실상 남은 시즌 사이영상 수성에만 주력해야할 에르난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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