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정 "선원인 줄 몰랐다" 증언에 유가족 분노 폭발

하윤아 기자

입력 2014.07.11 18:04  수정 2014.07.11 18:10

<세월호 국조 기관보고>조원진 'AI발언'에도 한차례 불만 "이게 국정조사인가"

세월호 참사 87일째인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 종합질의에 출석한 장관들과 기관장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 마지막 날인 11일. 유가족들은 또 다시 분노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경 세월호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김경일 123정 정장이 증인석에 서자 회의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증인석에 오른 김 정장이 오전에 이어 재차 “(자신이 구조한 사람이) 선원인 줄 몰랐다”고 증언하자 회의를 참관하던 유가족 오모 씨는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순간 일대가 소란에 휩싸였다.

이에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은 오 씨를 향해 “퇴정하라”고 명령했고, 오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심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심 위원장은 야당 측의 항변에 퇴정명령을 철회했다.

약 10분 뒤. 유가족들은 다시 회의장에 들어섰다. 정회를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오 씨는 “이게 국정조사인가. 조금이라도 진실을 밝혀달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곧장 김 정장을 향해 “(구조한 사람이) 선원인 줄 몰랐냐. 유가족은 다 아는데 몰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다그쳤다.

일부 여성 유가족도 “1등 항해사가 선원이라고 밝혔다는데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것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해경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 1명이 아니라 10명이 아니라 100명 이상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가”라며 울부짖었다.

또 다른 유가족들도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그러는가”,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당신도 똑같이 그렇게 당할 수 있다”며 김 정장이 위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정장이 유가족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려하자 상황을 정리하던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라. 위증에 의해 고발될 수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죽었다. 가족의 심정이 어떤지 모르나.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가족들이 분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앞서 오전 회의 당시 유가족들은 회의 진행에 대해 이미 한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AI(조류인플루엔자)를 예로 들며 위기 상황 발생 시 재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질의하며 “AI가 터졌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AI 책임자에게 전화해서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동원해 막아라’라고 한다면 박 대통령이 컨트롤타워인가”라고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유가족은 “희생자가 닭이냐. 지금 닭하고 비교하는 것이냐”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조 의원은 이후에도 산불이 났을 경우,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등을 언급했고, 이에 김현 의원은 “비유를 드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조 의원이 말한 부분에 대해 적절한 방식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곧장 “여러 재난 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 예를 든 것”이라며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또 “지금 세월호 진상규명 아닌가. 왜 그런 예를 들어서 말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고, 조 의원은 “AI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으면 그것은 표현이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하겠다. 여러 재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나왔다. 유가족이 이해해달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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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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