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초유의 '대법원 현장검증' 강행…野 "사법부 점령" 반발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16 00:05  수정 2025.10.16 06:09

15일 법사위,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민주당 "李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과정

정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조치" 강변

국민의힘 "재판 간섭…삼권분립 파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헌정사 초유의 대법원 현장검증이 강행됐다. 1심에서 유죄,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민주당이 대선 개입 의혹으로 규정하면서 이뤄진 조치다.


민주당은 수사기록의 전자문서 접속 로그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점령이자 삼권분립 파괴시도"라며 강력 성토한 뒤, 파행을 선언하고 국회로 돌아갔다.


국회 법사위는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 마련된 국정감사장을 찾아 전체회의를 진행한 뒤 국감으로 전환해 현장검증을 강행했다. 현장검증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여권 법사위원들만 참석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현장검증 필요성의 이유로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과정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조치"라며 "전산 로그기록과 관련 예산 산출 자료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위원장은 대법원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사건번호 2025도4697)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의 대법원장·대법관들의 사건 접근 로그 △재판연구관의 보고 일시·경로·분량, 판결문 작성 기록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부가 사법부에 특정인에 대한 사건 자료를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 처리에 재판 개입이라 주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현장검증은 절차상 협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입법부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전산 로그 기록 요구는 사법 자살 행위"라고 했고, 신동욱 의원은 "대법원장 감금에 이어 대법원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권력자가 재판 결과에 불복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했으며, 곽규택 의원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개입으로, 명백히 국정감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성토했다.


송석준 의원은 국정감사장 출입구를 몸으로 막아선 뒤,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며 여권 의원들의 이탈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결국 대법원 직원의 안내 없이 국감장을 빠져나가 곧장 승강기를 타고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된 현장검증에 참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여권 의원들의 이석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천대엽 처장과 함께 국감장에 남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산 로그기록을 공개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사위 위원들은 오전 현장 전체회의를 마친 뒤 오후 전체회의에 불참을 선언하고 국회로 복귀했다. 민주당이 강행한 대법원 현장검증은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 시도이자, 사법부를 겁박하기 위한 행태라고 반발하면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우리는 대법원 현장)검증이 불법이라고 했는데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검증을 강행하고 있다"며 "법원을 압박하면서 대법정·소법정 등 대법원을 휘젓고 다니는 건 한 마디로 법원 점령"이라고 했다.


이어 "검증 목적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무죄로 만들려는 것이고 사법부를 그들의 발아래 두겠다는 사법 해체 진행"이라며 "그들이 지속해서 요구하는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전산 기록은 이 대통령 무죄 확정을 만들기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겁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제외한 법제사법위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현장 점검을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민주당은 현장검증의 이유를 자당이 준비 중인 사법개혁안에 담긴 대법관 증원법 시행에 앞서 대법원 내 사무실 증축 필요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브리핑을 열어 "현장검증에서 대법정과 소법정, 대법관 집무실 등을 검증했다"며 "대법관이 증원될 경우 대법원을 증축해야 하는지 이전해야 하는지 사무실을 어떻게 마련할지 기본적인 것을 확인해야 입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대법원 측 안내로 원활히 진행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대법관 (집무실이) 75평으로 엄청나다고 알려졌지만 가서 보니 부속실·자료열람실·재판연구관이 모두 같이 있었다. (이런 것을) 공개하는 게 국민 이해를 돕는 일"이라며 사법개혁안 시행 전 현장검증이 타당성하다는 이유를 거들었다.


이후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불참한 데 대한 지적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첫 질의에서 "대법원 현장에 와서 국감을 하는데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도 "국민은 사법부가, 대법원이 내란 사법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며 "압수수색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의혹이 있다면 밝혀내는 게 법사위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앞서 조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며 합성사진을 들고와 비난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이날 국감에 불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여권 의원들의 현장검증 이후 일부 대법관들과 함께 여야 법사위원들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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