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통일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5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사건은 무역권을 둘러싼 투쟁의 결과이며, 북한 내부에서 자본주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통일한국의 미래상’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사실 북한의 경제는 거의 붕괴한 상태이며, 북한 일반 주민의 소득 중 70~80%는 시장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며 “시장 활동은 시장에서 장사, 뙈기밭 경작, 가축 사육, 가내 수공업 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대규모 기업과 군, 당, 내각 등의 권력 기관은 무역을 통해 생존하고 있다”면서 “주로 광산물, 어패류, 의류를 수출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김정은에게 바친 뒤 남은 돈으로는 원재료, 식량, 소비재를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의 중간 관료는 뇌물과 간접적인 시장 활동을 통해 생존하고 있고, 일부 권력집단은 무역을 통해 큰 부를 축적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무역 통제를 하는 방식은 바로 ‘와크’로 불리는 무역권이며, 권력 기관 사이에서는 와크를 둘러 싼 투쟁이 치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크는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경제적 사건”이라면서 “장성택 처형 사건도 와크를 둘러 싼 투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 주민 중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고구조가 자본주의적으로 박혀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자연스레 북한 정권과 상충된다”며 “김정은은 그게 두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 정권과 자본주의 사고가 박힌 사람들의) 1차 충돌이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이고, 2차 충돌이 장성택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게 앞으로도 계속 북한 정권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통일 준비를 하되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의 북한 적대적 시각 때문에 통일 우호 여론은 갈수록 더 떨어질 것”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가 통일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일 문제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북한을 더 적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통일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통일평화연구원’의 ‘한국민의 북한에 대한 세대별 인식(2007년~2013년)’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가 40대 이상보다 북한을 더 적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경우 지난 2011년 최대치(25%가량)를 기록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지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남북간 전쟁위협 해소’는 같은 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여기서 (북한의) 체제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이 통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통일을 해야 되는 이유도 같은 민족이라는 것보다 남북간 전쟁위협해소가 더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은 통합의 과정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 경제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면서 나가야 한다”면서 “통일결과만 두고 조급하게 하는 것은 단기비용이 크다. 할 수 있다면 그런 통일보다는 ‘통일은 대박’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는 로드맵이라고 할 만큼 (통일에 대한) 정교하고, 잘 준비된 대응책이 준비돼 있지 않다.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핵심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을 어떻게 북한에 거주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 그 다음에 북한의 인도적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고, 적절한 계기가 되면 경제통합을 진전시켜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북한의 적절한 조치만 있다면 민간 기업을 뚫어주는 게 옳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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