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한 강창희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석에 앉아 경제에관한 대정부 질문을 지켜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연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볼모로 문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더니, 이젠 대놓고 임명권자를 비판한다.
국무위원 임명은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헌법 제94조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인사청문회법 제6조 4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받지 않아도 송부기간이 경과하면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 중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직위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뿐이다. 이외 국무위원,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임명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에 있다.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는 필수지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초부터 특정 인사의 내정에 반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내정 철회, 또는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진위원장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앞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 장관 내정자는 각종 의혹을 둘러싼 여론 악화와 야당의 압박에 못 이겨 후보자직을 자진사퇴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공직후보자, 혹은 내정자가 개인적 의혹 등으로 자진사퇴한 전례는 있지만, 새 정부 들어선 야당이 대놓고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문 내정자,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역시 송부기한인 지난 20일까지 채택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인사권은 박 대통령에게 있고, 두 내정자에 대한 임명 요건도 갖춰졌지만 민주당은 적법한 임명 절차를 강행으로 표현하며 박 대통령을 불통과 독선의 대통령으로 매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야당이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법적으로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할 수 있는 건 두 경우뿐이다. 헌법 제63조에 규정된 해임건의권과 동법 제65조의 탄핵소추의결권을 행사할 때다. 국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경우, 대통령에 해임을 요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탄핵결정이 이뤄질 경우 해당 공무원은 파면되지만, 해임건의는 강제성이 없다.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인사 결과를 번복할 권한을 가진 기관은 헌재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민주당의 행태는 명백한 월권 행사다. 공직후보자에게 결함이 있다면 부적격사유를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명기하고, 최종 임명은 대통령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적법한 절차다. 혹 인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해임건의, 탄핵소추의결과 같은 헌법상 권한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
국무위원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란 이유로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내각 구성에 의회가 개입할 경우, 자칫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정당이 대통령이 내정한 공직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거나, 내정 당사자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또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요구하는 근거로 헌법가치와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있다. 민주당에 묻고 싶다. 법률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도 헌법가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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