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토플 대리시험 사기 적발, 잡고 보니...

외국어 시험부터 공인중개사 시험까지…선금 받은 뒤엔 접속 차단

토익, 토플 등 각종 시험을 대신 봐준다며 사기 행각을 벌여온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MBC뉴스 화면캡처.

토익, 토플 등 각종 외국어 시험을 대신 봐준다고 속여 2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토익, 토플, HSK 등 각종 외국어 시험 및 국가고시 자격시험을 대신 봐준다고 광고해 지난 2011년 4월부터 최근까지 88명으로부터 2억3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A모 씨(41)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A 씨를 도와 미국 캘리포니아 서버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B모 씨(25)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 서버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허위광고, 스팸메일을 통해 대리시험 및 성적표 위조 의뢰자를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어 시험,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인중개사, 국가고시 자격시험, 대학 입학·편입시험 등 각종 다양한 시험을 대신 봐준다는 A 씨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선금 200만원, 성적확인 후 200만원 입금”이라는 조건을 믿고 대리시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A 씨는 선금만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고, 챙긴 돈은 중국에서 업자를 통해 세탁해 당국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또 A 씨는 선금을 받은 뒤에는 해당 피해자의 IP 접속을 차단하고 도메인 주소도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 중에는 취업을 위해 토익 점수를 올리려는 대학생, 이직·인사고과를 준비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 등 직장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으로 가열되는 스펙 경쟁에 각종 수험생을 노린 대리시험 관련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사기 범행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만일 의뢰한 대리시험이 실제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의뢰자 또한 ‘위계에의한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