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백주에 맞았는데´ …군형법 처벌 논란

입력 2006.05.08 18:10  수정

국방부, 평택 미군기지 터 진입 장병 폭행한 시위대에 엄중 대처

"인권침해 논란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신중론 제기돼

5일 오후 평택시 도두리 들녁에서 시위대와 군병력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장병을 폭행한 것에 대한 군형법 적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민간인의 평택 미군기지 터 진입을 저지하려던 장병을 폭행한 시위대에게 군형법을 적용,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군인이 백주에 민간인에게 폭행당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형법으로라도 대처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방침 맞서 민간 형법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군형법을 평시에 민간인에게 들이대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신중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관변·시민단체들의 군형법 적용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재향군인회 유환국 홍보부장은 8일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주동자 명단에는 현지 농민이 한명도 없고 농민을 이념화시킨 불온세력만 있지 않았느냐”면서 “이들 세력의 군 장병 폭행 행동 등은 망국적인 사건으로 군법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나라사랑어머니연합 권명호 대표는 “철조망을 뚫고 군사시설보호구역에 까지 들어와 장병들을 폭행한 시위대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 군사재판에 회부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 군인에 대한 이같은 시위대의 범법행위를 묵인해주면 이들은 이를 악용할 것”이라고 군형법 처벌을 주장했다.

반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은 “군형법을 논의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왜 이 지역에 군이 파견되어 철조망을 쳤는가에 대해 국방부는 우선 반성해야 한다”면서 “군과 민간인간의 충돌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주민들이 생활하는 지역인 만큼 철조망을 없애는 등 위압감부터 제거돼야 한다”고 군형법 처벌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여기에다 군 내부에서 조차 군형법 처벌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군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민간인은 군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병대 구금시설 등에 영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진위 여부를 떠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제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들은 국방부를 쳐다보면서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사회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일단 개인보호장구를 빨리 지급키로 했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을 폭행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난입하는 민간인에게 군형법을 적용하는 방안은 윤광웅 국방장관의 확연한 의지로 공론화됐다.

윤 장관은 7일 시위대를 막다가 부상한 장병이 입원한 국군수도병원을 위로 방문,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해 훼손이나 폭력행위를 할 경우 군형법에 의거해 처벌하는 등 강력히 대처 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8일 기자브리핑에서도 “공권력에 대한 계획적인 정면도전으로 관련된 군법을 적절히 해서 법과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민과의 충돌을 정부는 원하지 않는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수단 강구를 위해 개인보호장구를 일부 지급했고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이어 “군대에 폭력시위를 통해 민군 충돌을 교묘히 유발시켜서 특정목적을 달성하고자하는 발상은 시민단체와 개인 뿐아니라 민주사회발전에 전혀 도움 안된다”며 “폭력시위보다는 평화적 시위가 성숙된 민주사회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군형법 군용시설 등 손괴, 초병폭행 등 조항 적용할 수 있어

이같이 군인을 폭행하는 민간인을 군형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정부의지가 나온 배경은 민-군 충돌사태가 계속된다면 전체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이로 인한 국방력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경서(육군 소장)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도 8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시위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들어오면 군형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경기도 팽성읍 대추리 일대 미군기지 터에 29km 가량 설치된 1.8m 높이 철조망 내의 구역을 의미한다.

박 단장은 민간인도 군형법 적용이 가능한가 하는 논란에 대해서 “군형법을 적용하면 민간인이라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일단 군형법의 ‘군용시설 등 손괴’(제69조), ‘초병폭행’(제55, 56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형법 제69조에는 “군용에 공하는 철도, 전선, 기타의 시설이나 물건을 손괴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단장은 또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자위 차원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봉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무장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 순방에 앞서 불법시위를 엄단하라고 강조한 점도 강경한 대처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8일 현재 평택 대추리 일대에는 2700명의 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며, 주요 임무는 경계와 부지정리와 숙영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경찰은 2200여명으로 외곽에서 검색 및 경계임무를 맡고 있으며, 7월 주민들이 이주한 뒤에는 군과 경찰을 절반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국방부는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대책위원회에 대해서 사실상 대화를 중단하고, 일반 주민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측량 지반조사를 서두른다는 구상이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 박 단장은 “2008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마스터플랜이 완성돼야 알 수 있다”며, “기지이전 공사는 내년 봄부터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특히 평택 기지 터에 대한 성토(흙을 쌓는)공사와 관련, “오는 10월 이후부터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만큼의 비용을 분담할 것인지는 양측 협의에 의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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