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와 다리 뻗을 곳? 빚쟁이 맨유 유혹 떨쳐라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2.06.18 08:29  수정

이적료 1400만 파운드 맨유행 확정적

리그 수준차 감안..성공 가능성 비관적

가가와의 맨유행은 사실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가가와 신지(23)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성이 초읽기 단계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가가와 이적료는 1400만 파운드(약 252억 원)로 책정된 가운데 세부조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 취업비자 발급이 완료되는 6월 말 정식 계약할 것”이라며 가가와 입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도르트문트 한스 요하임 바츠케 구단주는 지난 2010년 5월 11일 가가와 주식(?)을 27만 파운드(약 5억 원)에 사들여 2년 만에 투자대비 약 60배라는 경이적인 순이익을 올리게 됐다. 바츠케가 ‘축구계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가가와의 맨유행은 사실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술적인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고, 리그 간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아스날(잉글랜드), 마르세유(프랑스),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예선전에서 1승1무4패(승점4)에 그치며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시즌 연속 우승팀이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승점9점, 조3위)보다 뒤쳐진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챔피언스리그 경험부족을 들기도 하지만 찜찜한 구석이 많다. 상대팀들이 시즌 초반 매우 불안정한 전력으로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스날이 대표적인 예다. 바르셀로나로 떠난 세스크 파브레가스에 이어 나스리마저 맨체스터 시티에 내준 아스날은 지난해 8월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맨유에 2-8 치욕적 참패를 당했다. 벵거는 경질 위기까지 내몰렸고, 후유증 바이러스는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일까. 마르세유/올림피아코스와의 게임에서 내용은 처참했지만 결과를 가져가며 예선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나사 빠진 아스날을 상대로 ‘내용’면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졌다.

가가와는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 선발 출전해 총 10번 슈팅을 시도해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독일리그 활약도와 비교하면 극도로 부진한 데이터다. 분데스리가에서는 31경기 출전해 13골 8도움(리그)을 기록했다. 슈팅은 무려 63번을 시도, 미드필더임에도 최전방 스트라이커 버금가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바로 이 점이 가가와의 프리미어리그(이하 EPL)행에 기대보다 우려를 던지는 이유다. 리그 흥행을 위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기치로 내건 분데스리가 출신 가가와가 EPL의 강한 압박과 전광석화 공수전환, 적극적인 수비가담 등 달라진 전술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가와 기록은 일본대표팀 동료 오카자키 신지(26·슈투트가르트)와도 비교해볼 만하다. 오카자키는 대표팀에서의 골잡이 직무와 달리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스트라이커 베다드 이비세비치(28)를 보좌하는 ‘그림자 공격수’로 뛴다.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유인한다. 이비세비치는 오카자키가 지나간 공간을 점령해 곧잘 골을 넣어왔다.

오카자키는 올 시즌 리그 26경기 출전해 7골을 기록, 팀 내 공격 포인트 4위에 올랐다. 총 슈팅수는 40번으로 가가와(63번)보다 23번이나 적다. 도르트문트와 비교해 팀 전력, 동료의 지원이 부족함에도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더욱이 지난 3월 무릎인대를 다쳐 3주간 부상공백이 있었다. 그럼에도 리그종반 3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뒷심을 발휘했다. 이 기세로 독일에서 꾸준히 활약한다면 J리그 시절(2005-2011 시미즈 에스펄스 121경기 42골) 성적도 충분히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가가와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부실한 피지컬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분데스리가 병아리’ 오카자기가 독일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본 J리그 시절 기록과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독일리그가 일본리그만큼 ‘공간’이 많이 보이는 포워드에게 최적화된 무대임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공격진-허리진-수비진이 확실히 분리돼 있고 대형도 적당히 간격을 두는 편이다.

오카자키 동료 베다드 이비세비치(28)의 기록도 공격수들이 선호하는 분데스리가 특징을 대변한다. 보스니아 대표 출신 이비세비치는 지난 1월 25일 호펜하임에서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했다. 겨울이적시장 때 입단했음에도 25경기 출전해 13골 7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출장수를 감안했을 때, 가가와의 31경기 13골 8도움 성적을 넘어선다.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공수 밸런스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든 팀들이 공격적인 색채를 띠어 상대적으로 디펜스 전술 완성도가 떨어지고 허점이 많다.

지난 2003년 한국프로축구 안양LG에서 뛴 그라피테(33·브라질)는 당시 9경기 0골 부진 속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쫓겨났다. 그런 그가 2007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입성한 후 2008-09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25경기 28골 5도움)에 등극하며 볼프스부르크 우승을 주도했다. 이후 2011년까지 독일에서만 '107경기 59골’이라는 경이적인 득점감각을 뽐냈다.

독일을 점령한 그라피테가 왜 다른 리그에서는 톱 골잡이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까. 분데스리가 득점왕 배경을 등에 업고 ‘2010 남아공월드컵' 무대도 밟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 보여주지 못한 채 조국 브라질대표팀과 연이 끊겼다.

지금 그라피테 소속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흘리다. 공격 포인트는 8경기 2골에 그치고 있다. 같이 중동에서 뛰는 한국 전 국가대표 유병수(24·사우디 알 힐랄)의 13경기 6골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유병수가 활약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와 그라피테가 뛰는 ‘UAE 리그’는 수준차가 상당해 그라피테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유병수는 지난달 23일 UAE 명문 바니야스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서 4골을 넣어 팀의 7-1 대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라피테는 공간이 협소하고 촘촘한 간격, 수비 중심 타이트한 압박전술을 펼치는 ‘한국 리그’와 ‘프랑스 리그’ 무대에서는 부진했다. 물론 프랑스 르망시절 51경기 17골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답답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프랑스 수비진의 압박으로 움직임에 제약이 많아 슈팅 기회조차 만들기 어려웠다.

이제 답은 나왔다. 가가와의 분데스리가 기록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가가와 재능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출신이 유럽서 꾸준히 활약해준다면 분명히 아시아축구에 도움이 된다. 유럽이 아시아시장을 달리 보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012년 분데스리가는 차범근, 오쿠데라가 활약하던 지난 1980년대와 달리 영국 프리미어리그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레바논 국가대표 유세프 모하마드(분데스 통산 207경기 19골)와 로다 안타르(분데스 통산 35골)를 비롯해 이란의 마다비키아, 알리 다에이, 카리미, 일본의 다카하라 나오히로 등 유독 아시아세가 두각을 나타낸 무대가 독일이기도 하다. 특히, 다카하라는 지난 2006년 12월 알레마니아 아헨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초특급 스시 봄버’로 유명세를 탔다.

가가와의 EPL 진출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잉글랜드는 독일보다 더 단단한 '바위 피지컬'을 요구한다. 가가와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부실한 피지컬이다. 이와 함께 독일시절 경험해보지 못한 살벌한 주전경쟁, 언어 문제, 도르트문트와 상반된 맨유 전술 등이 가가와의 순탄했던 유럽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찍을 수도 있다.

역대 맨유를 거쳐 간 후안 베론, 디에고 포를란, 클레베르손, 젬바젬바 등 수많은 스타들도 경쟁에서 낙오됐다. 분데스리가를 휘어잡은 하그리브스조차 EPL에 와서 한 시즌 반짝한 후 장기부상자 명단에 올라 ‘희대의 먹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들 모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프리미어리그 피지컬에 혀를 내둘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맨유의 ‘브라질 피’ 안데르손이 패스 타이밍은 엉망이라도 EPL서 장기간 버티는 이유는 작은 오뚝이 혹은 차돌멩이처럼 다부진 피지컬 덕분이다. 가가와의 치명적인 약점은 실바람에도 두둥실 날아갈 것 같은 초라한 피지컬이고, 프리미어리그와 상극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하루 이자만 25만 파운드(4억 6000만원)인 ‘스케일 큰 채무자’ 맨유 글레이저 가문의 음흉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가가와에겐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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