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첫 경기에서 혼다 게이스케(26·CSKA모스크바)-가가와 신지(24·도르트문트) 등의 활약을 앞세워 오만을 3-0 완파했다.
오만, 호주, 요르단, 이라크와 한 조에 속한 일본은 안방에서 쾌승,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향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6일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일본은 23위를 기록, 호주(24위)와 한국(35위)을 제치고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드러나는 결과와 달리 내부 사정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이들은 대표팀 안팎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러시아에서 활약 중인 혼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을 앞두고 있는 가가와 신지를 놓고 누가 ‘부동의 에이스’인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혼다와 가가와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조직력이 중요한 축구에서 이들의 갈등이 표출될 경우,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것은 뻔하다.
대체로 축구 전문가들은 도르트문트 2연패 주역 가가와에게 섀도 포지션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출신 명장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구관이 명관임을 내세워 혼다에게 중앙을 맡겼다. 때문에 둘의 관계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졌다.
그만큼 혼다와 가가와의 활약상은 크게 엇갈린다. 혼다는 오만전에서도 선제골을 넣는 등 발군의 기량을 펼치며 자케로니호 에이스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가가와도 1도움을 기록했지만 혼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했다. 자케로니호가 철저히 혼다 중심의 색깔이라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이는 낯익은 풍경이다. 일본은 2006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나카타 히데도시와 나카무라 순스케 사이에서 논란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나카타는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당시 나카타는 대표팀 내 ‘외톨이’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06년 9월 “나카타가 대표팀 동료선수들과 교류를 갖지 못했다. 이에 그는 어떻게 해야 동료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나카타와 일본대표팀 불화설을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나카타가 대표팀 조기은퇴를 발표하자 팬들은 동료들 간 오해로 그가 희생양이 됐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선진축구를 경험한 나카타는 줄곧 대표팀에 전술방향 의견을 개진해왔다. 이로 인해 소위 ‘잘난 척 한다’는 오해와 편견이 그를 고립시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혼다와 나카타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개막직전 TV 특별대담을 가졌고, 일본 내 시청률도 꽤 높았다. 두 선수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남다른 이유는 자국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카리스마를 지녔기 때문이다. 스스로 총대를 메는 히어로 문화(?)에 낯선 일본에서 혼다와 나카타는 용감하게 자기주장을 관철했다. 이들은 색채가 분명했기 때문에 ‘일본 축구계 이단아’로 불렸다.
혼다와 가가와의 장단점은 극명하게 나뉜다.
혼다는 강인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볼을 지켜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무게중심이 낮고 뚝심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원터치 패스를 강조하는 일본축구 스타일과 상극이라는 시각도 많다. 일단 볼을 잡고 시작하는 플레이 특징 탓에 ‘바르셀로나 전술 지향’ 스토링 패스플레이를 강조하는 일본축구 전문가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가가와는 지구력을 바탕으로 ‘오프더볼 무브먼트'가 돋보인다. 공간 활용을 잘하고 원터치 패스에 능해 동료를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반대로 피지컬이 일본 선수들 평균치보다도 떨어져 밀착방어가 들어오면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밀려난다.
일본 축구팬들은 대체로 러시아에서 발목 잡힌 혼다보다 맨유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가와에게 ‘차기 뉴 캡틴’이라는 별칭을 부르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가와는 남아공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한을 독일에서 풀었다. 이 악물고 약점을 보완한 끝에 유럽에서 아시아 최고 유망주로 성장했다.
혼다는 지난해 9월 러시아리그에서 무릎 연골판을 다쳐 대수술을 받았고, 수개월 간 혹독한 재활을 거쳤다. 문제는 혼다의 부상부위가 현역 축구선수들에게 치명적인 무릎연골이라는 점. 반월형 연골판의 경우, 한 번 손상되면 수술을 하더라도 다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재발 확률도 높아 격렬한 운동을 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겐 절대 피하고 싶은 부상 부위다.
때문에 혼다의 순간 가속도는 예전만 못하다. 이 같은 단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월드컵이 혼다의 마지막 투혼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구팬들과 대표팀 감독간의 갈등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후폭풍을 몰고 올 뇌관이 될 수 있어 사전에 봉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일본 축구가 두 스타플레이어를 어떻게 정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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