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노원구 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3동 녹천중학교 인근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기호2번을 상징하는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데일리안 민은경 기자
“(노인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엄두가 나질 않아 시청 안 오지 않겠어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였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인터넷상에서는 ‘김용민 노인 비하발언’이라는 제목의 음성파일과 대화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용민 노인 비하발언’ 게시글에 따르면, 김 후보는 과거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에 출연해 김구라 씨가 “시청역 앞에서 오버하고 지랄하는 노친네들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이어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리면 2호선 같은 데에는 한 칸 올라오고 두 칸 올라오고 세 칸 올라고 해, 한 4층 정도 지하로 내려가야 되잖느냐”며 “이걸 전부 다 퍼서 계단을 하나로 만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알카에다 테러조직에게 까놓고 ‘나와라. 밥도 주고 돈도 줄테니까’(라고 해서) 시청 광장에다가 아지트를 지어주는 거다. 그래서 뭐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 만세 하는 놈들 모일테면 모여봐라, 그럼 이 사람들(노인) 근처도 오지 (않지) 않겠는가”라고 비꼬았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노년층의 보수적이고, 반미(反美)에 반발하는 성향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
야당 “여당, 젊은 층 투표 무서워하지 마라”…야당은 노년층 투표가 두려워?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선거 때만 되면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파를 향해 “젊은 층의 투표를 두려워하지 말고 투표를 독려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노년층 유권자의 표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동영 노인비하 사건’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그해 3월 대구에서 가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며 “(투표일에)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었고, 미래는 20대와 30대들의 무대”라며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그분들(노년층)은 어쩌면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노인폄훼 발언’으로 정 고문은 비판의 중심에 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탄핵역풍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당 지지율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 고문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사퇴한 것은 물론, 비례대표 22번 후보직을 내려놔야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를 지원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비슷한 ‘실언’을 한 바 있다. 그는 한 트위터리안이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설득하기 어려워서 선거 때 아예 여행을 보내드리려 한다”고 하자 “진짜 효자”라고 치켜세웠다. 조 교수의 ‘진짜 효자’ 사건은 ‘제2의 정동영 사건’으로 불렸다.
한편, 전날 김용민 후보는 같은 방송에서 막말과 여성 비하 발언 등을 쏟아낸 것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테러 대책’에 대해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는 아예 XX(성폭행)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예요”라는 등의 입에 담기 힘든 발언들을 쏟아냈다.[데일리안 = 조소영 / 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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