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꼭 봐야죠!”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11.09.15 23:53  수정

30주년 맞은 뮤지컬 ‘캣츠’ 17일부터 샤롯데씨어터

조미료 같은 역할 ‘럼 텀 터거’ 맡은 정민과 에녹

뮤지컬 ‘캣츠’에서 ‘럼 텀 터거’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정민(왼쪽)과 에녹.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꼭 한 번 ‘캣츠’를 봐야죠!”

뮤지컬 ‘캣츠’에서 ‘럼 텀 터거’ 역에 더블 캐스팅 된 정민과 에녹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15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된 미디어콜 직후 만난 정민과 에녹은 “욕심이 생긴다. 지금의 컴퍼니라면 역대 ‘캣츠’의 아성에 도전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작품에 대한 확신, 동료에 대한 믿음, 연습을 통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된 근거 있는 자부심이었다.

정민은 “처음 대본과 악보를 접했을 땐 정말 심플하게 잘 만들었다. ‘어떻게 30년 동안 사랑을 받고 있지?’라는 의구심을 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을 롱런했다. 작품에 대해 어떻다 저렇다 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맡은 ‘럼 텀 터거’는 작품 속에서 주변인물이지만 주변인물 같지 않은, 등장할 때마다 강한 임팩트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조미료 같은 역이다. 그만큼 ‘럼 텀 터거’가 있기에 작품의 재미도 배가 된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크다. 게다가 16분 음표처럼 명확하게 동선이 정해져 있는 다른 배역과 달리 ‘런 텀 터커’는 배우가 직접 동선을 찾고 캐릭터를 해석해내야 했다.

“우리는 연습할 때 동선이 따로 없어요. ‘캣츠’의 캐릭터들은 어디 한군데를 가는 것들이 다 이유가 있어요. 심지어 꼬리 잡고 돌리는 것조차도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들입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그런 틀 안에서 해석하고 소화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서 힘들었어요!”(정민)


쿨한 정민 터거, 핫한 에녹 터거

둘은 서로의 연기를 보며 함께 해석하고 고민하면서 서서히 캐릭터의 방향을 찾아갔다. 특히 장단점이 뚜렷한 정민과 에녹은 서로의 장점을 통해 배우고 서로의 단점을 메워줬다.

정민은 “에너지적인 면, 즉 열정은 얼마나 빼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에녹은 열정의 크기를 고스란히 빼낼 줄 안다”며 “나도 이만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꺼내는 게 쉽지 않다”고 에녹의 장점을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뜻이다.

반면 에녹은 정민의 섬세한 면과 탁월한 캐릭터 분석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에녹은 “정민은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나는 하면서 느끼는 타입인데 정민은 가야 할 방향이 이미 명확하다”며 “정민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정민(왼쪽)과 에녹은 “뮤지컬 ‘캣츠’는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는 고집 센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뭘까. 분장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인 에녹이 발레와 고양이 연기에 어려움을 호소한 반면,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로 데뷔한 타고난 춤꾼 정민은 분장을 가장 버거워했다.

에녹은 “아무리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발레의 기본기와 춤동작 등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 특히 고양이가 되면서 발레를 해야 하니까 한 2~3주 동안은 몸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정민은 “특수 분장이라 5주간 교육을 받는다. 잘 되는 날은 잘 되는데 한 번 선을 잘못 그으면 다 지우고 다시 해야 한다”면서 50분 이상 걸리는 분장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뮤지컬 ‘캣츠’는 배우들이 자신의 분장을 직접 하는 것이 전통이다. 정민과 에녹도 예외 없이 역대 ‘럼 텀 터커’의 분장들을 모두 해본 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분장 하나를 택해 오랜 시간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도 큰 법. 정민과 에녹은 역대 최고의 ‘캣츠’를 만들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공연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캣츠’를 즐겁게 보기 위한 팁을 전해줄 땐 작품에 대한 설렘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모든 것이 고양이 시선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무대를 보면 모든 사물이 큼직큼직하죠. 또 공연할 때 관객들이 언제 시작하는지조차 모르게 시작해요. 그만큼 불친절한 뮤지컬이지만 그게 바로 ‘캣츠’의 매력입니다.”

뮤지컬 ‘캣츠’는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다시 라이선스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박해미, 인순이, 홍지민이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명곡 ‘메모리’의 감동을 전하게 될 ‘캣츠’는 17일부터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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