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숨진채 발견된 황장엽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지난해 12월 16일 북한 인권단체 창립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과 정부는 심장마비 등 자연사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날이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이라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의 암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황 전 의장이 좌욕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보안요원이 들어가 보니 숨져 있었다. 황 전 의장은 국정원 요원에 의해 특급 경호를 받아왔으며, 이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고 별다른 사인이 없는 것으로 미뤄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타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암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황 전 의장이 최근 김정일 독재체제와 북한의 3대 세습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한 데다 그동안 북한은 1997년 황 전 의장이 망명한 이후 “암살대상 1순위”로 공공연히 지목하며 끊임없이 암살하려 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65주년이어서 “참 절묘한 시기”라는 의문이 남고 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맞아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3대 권력 세습의 당사자인 김정은이 주석단에 등단해 지휘관들의 경례를 받고 자신이 권력 승계자임을 대외에 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참 시기가 절묘하다. 왜 하필 노동당 창건일에 사망한 것일까”라며 “음모론일 수도 있겠지만, 타살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동안 북한이 수없이 황 선생을 암살하려 해 왔다”면서 “김정은이 권력 세습을 받는 상황에서 눈엣가시 같은 황 선생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음모론일 뿐”이라는 의견과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을 펼치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한편, 황 전 의장은 지난 1997년 한국에 망명한 뒤, 줄곧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권력층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 최근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방미(訪美) 중 강연에서 “그깟 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깟 놈 알아서 뭐하나”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이 같은 황 전 의장에 대해 북한 고위층은 줄기차게 그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다. 가장 최근엔 “황장엽이 자연사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령을 받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명호(36·소좌)와 동명관(36·소좌)가 올해 1월 국내에 잠입했다가 국가정보원에 덜미를 잡힌 바 있다.
조사 결과 두 공작원은 국내에 정착한 이후 탈북자 동지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황 전 의장의 소재를 파악한 후 정찰총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1~2년 내에 황 전 의장을 암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체포된 뒤에도 “(황씨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라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06년에는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원정화(36)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 황 전 의장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중국 주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작원이던 원정화는 1999년부터 이른바 ‘반역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 특히 황장엽과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등 주요 탈북 인사들의 인적 사항과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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