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도둑의 시간을 늦춰라"…창작자 권리를 지키는 '툰레이더'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10.04 05:00  수정 2026.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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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툰레이더 통해 우베툰 불법 유출 계정 찾아 반복 접근 차단

최신 회차 공급 늦춰 불법 사이트 유인 줄여…예측 차단·수사 협력도

네이버웹툰 툰레이더.ⓒ네이버웹툰

매 주마다 한 편 씩 연재되는 웹툰.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찰나 장기연재로 내공을 다진 작가들의 절묘한 '다음 화에 계속' 스킬에 절망하고 오매불망 다음 주를 기다리게 된다. 간혹 '미리 보기' 회차를 기웃 거리며 돈을 쓸지 말지 고민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음 이야기를 더 빠르게 접하고 싶은 마음은 웹툰의 유료 결제를 이끄는 동력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도 같은 욕구를 파고든다. 정식 서비스에서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최신 회차를 빠르게 '훔쳐'와 무료로 풀어놓으면서다. 그렇게 확보한 방문객 수를 통해 불법 광고 수익까지 취득한다.


자연스레 창작물을 연재하는 작가와 이를 제공하는 정식 플랫폼의 피해는 누적되는 만큼,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는 웹툰업계에 항상 최우선 척결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어찌저찌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웹툰을 삭제한다고 이미 창작자의 피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이트 이용자가 무단 복제물로 다음 이야기를 읽었다면 정식 서비스에서 결제할 이유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이트를 폐쇄해도 다른 곳으로 복제물이 옮겨가거나 새 사이트가 등장할 수 있다. 이미 퍼진 작품을 지우는 대응과 함께 다음 유출을 사전에 막을 수단이 필요한 이유다.


네이버웹툰의 '툰레이더(ToonRadar)'는 이런 웹툰업계의 오랜 고민에 해법을 제시한다. 불법 사이트 차단과 폐쇄 등 후속 조치에 집중하기 보다는 창작물이 복제되고 불법 사이트로 공급되하는 경로를 직접 겨냥한다.


2017년 가동한 툰레이더는 웹툰 이미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넣는다. 여기에는 사용자 식별 정보가 담긴다. 복제물이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면 이 정보를 통해 최초 유출 계정을 찾아 차단할 수 있다. 게시물 삭제에 그치지 않고 다음 유료 회차를 확보해 다시 유포하는 통로를 끊는 것이다. 모든 복제물을 없애기 어렵더라도 최신 회차가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시간을 늦춰 창작자의 수익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실제 가동 효과도 유의미하다. 툰레이더가 지속적으로 불법 복제물 공급을 차단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수사 압박과 대응을 강화하면서 불법 웹툰 사이트들의 운영 환경을 악화 시킨 것이다. 특히 대표격 사이트인 '뉴토끼'가 폐쇄된 이후 창작물 수익 관련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웹툰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뉴토끼 폐쇄 직전까지 불법 유출되던 작품군의 매출은 사이트 폐쇄 직후 3주간 29.7% 늘었다. 해당 작품군의 신규 구매 유입도 폐쇄 주간에 직전 3주 평균의 7.9배로 증가했다.


뉴토끼 폐쇄 이후 사이트에 불법 유출되던 작품의 구매율과 매출이 급등했다.ⓒ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새 사이트를 탐지하는 시스템도 운영한다. 사이트 주소와 이름이 바뀌더라도 최초 유출 계정을 신속하게 식별해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회사에 따르면 워터마크가 삽입된 원고가 유출됐을 때 계정을 식별하는 정확도는 99% 이상이다.


예측 차단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선 대응이다. 2019년 툰레이더에 추가된 불법 유출 예측 시스템은 기존 유출자의 데이터와 이용 패턴을 분석한다. 불법 공유가 의심되는 계정이 최신 유료 회차를 확보하기 전에 접근을 차단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미 확인된 유출자의 재접근을 막는 것과 함께 새로운 유출 가능성도 낮추려는 시도다. 2024년 상반기에는 워터마크 삽입부터 계정 추출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모델로 툰레이더를 개편하기도 했다.


이렇게 유출을 늦추는 전략은 웹툰의 서비스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네이버웹툰은 무료 공개에 앞서 다음 회차를 유료로 볼 수 있는 '미리보기'를 제공한다. 불법 사이트가 주로 노리는 것도 이 유료 회차다. 무료로 남들보다 빨리 읽을 수 있어야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업로드가 늦어져 정식 서비스에서도 해당 회차가 무료로 풀리면 불법 사이트의 이점은 줄어든다. 무단 복제물이 존재하더라도 독자가 그곳을 찾을 이유를 약화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불법 사이트의 최신 회차 유출을 정식 서비스보다 3~5회차 늦추고 있으며, 최신 유료 회차의 불법 유통 방어율은 99.8%라고 밝혔다.


또한 툰레이더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콘텐츠 확보 비용도 높였다. 회사는 지난해 도용 계정 단속과 자동화 접근 탐지, 비정상 행동 패턴 감지를 강화했다. 그 결과 불법 유출 시도 계정당 평균 대여 회차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운영자의 콘텐츠 확보 비용은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양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계정과 비용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계정 추적은 수사에도 활용됐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가 2018년 '밤토끼'와 '먹투맨', 2019년 '어른아이닷컴'과 '호두코믹스' 등 불법 유통 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유출자를 특정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기술로 공급을 억제하는 한편 운영자를 찾아 법적 책임을 묻는 대응도 병행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복제물을 처음 만들어 다른 사이트로 퍼뜨리는 공급원을 추적하고 있다. 올해 북아프리카에서 폐쇄된 영어권 불법 사이트 3곳은 네이버웹툰 인기작 300여 개를 무단 스캔·번역해 유포하던 곳이었다. 네이버웹툰이 운영 단서와 침해 증빙을 제공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인터폴·현지 법집행기관이 공조해 사이트 폐쇄와 운영자 검거로 이어졌다.


이처럼 몰상식한 '웹툰 도둑'들로부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력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보 유출과 무단 복제가 훨씬 쉬워진 AI 시대에 '툰레이더'의 사례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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