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94% 수입하는 韓, 수소 지원은 줄였다…‘안보 역주행’ 우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9.28 09:57  수정 2026.09.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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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석유 최고가격제 10차례 결정…정유업계 손실 5조원 추산

IEA “수소, 화석연료 수입 의존 낮춰 공급망 다변화”

세계 청정수소 확정 투자 1300억달러…한국은 예산·입찰물량 축소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됨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자 에너지의 93.7%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이 재정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수소위원회는 각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를 에너지 안보의 대안으로 지목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관련 예산과 발전 입찰물량이 줄어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8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다시 연장했다. 지난 3월 13일 시행 이후 열 번째 가격 결정으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꺼낸 비상조치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 배경에는 에너지 자급 수단이 부족한 한국의 수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로, 30년 넘게 9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을 억누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불어나고 있다. 정유업계가 추산한 누적 손실은 지난 6월 중순 이미 5조원에 달해 정부가 확보한 예비비 4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와 정유사 간 이견으로 3월 13일부터 6월 말까지 발생한 1차 손실 정산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중동발 공급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높은 수입 의존도가 통계상의 위험을 넘어 세금과 기업 손실로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격 통제는 당장의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국내 생산 기반을 넓히지 못하면 비슷한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수소가 에너지 수급 불안을 줄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6월 발간한 ‘글로벌 하이드로젠 리뷰 2026’에서 중동 전쟁으로 드러난 공급망의 취약성을 짚으며 수소의 역할을 강조했다.


석유와 가스는 매장 지역이 한정돼 있지만 수소는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 음식물 폐기물과 하수 슬러지,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을 원료로 활용하는 길도 열려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의 70% 이상을 수입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가 25%를 넘는 한국과 독일, 일본을 공급망 위험이 큰 국가군으로 분류했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을 확대하면 화석연료 수입 일부를 대체하고 조달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 각국도 수소를 산업정책의 실행 단계로 옮기고 있다. 국가 차원의 수소전략을 마련한 나라는 2021년 23개국에서 올해 66개국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은 5개 도시군을 대상으로 4년간 최대 80억위안을 지원하는 2차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일본은 3조엔의 재원을 투입해 저탄소수소와 화석연료 간 가격 차이를 최장 15년 동안 보전한다.


유럽연합은 유럽수소은행을 통해 재생수소 생산자에게 최대 10년간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7월에는 5억유로 규모의 4차 경매 계획도 내놨다.


민간 투자 역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소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가 이달 발간한 ‘글로벌 하이드로젠 컴퍼스 2026’에 따르면 청정수소 관련 누적 확정 투자액은 1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종투자결정을 통과한 프로젝트는 57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실제 가동 중인 청정수소 생산능력도 연간 170만톤에 달해 전년보다 70% 증가했다.


수소산업이 계획과 실증에 머물던 단계에서 자금 집행과 상업 운전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수소위원회는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기존 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2024년에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연료전지와 수전해 등 핵심 분야의 기술력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도할 기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주요국이 지원을 확대하는 시점에 국내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7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 내역을 보면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5762억원에서 4457억원으로 23% 감소했다. 수소충전소 지원액도 1897억원에서 1197억원으로 37% 줄었다.


세제 혜택 역시 축소를 앞뒀다. 승용 수소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어 2028년 말 종료되며, 취득세 감면은 내년 말 일몰될 예정이다. 수소전기버스에 적용하던 부가가치세 면세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올해 말 끝난다.


수소발전 시장에서는 물량과 예측 가능성이 동시에 낮아졌다. 일반수소발전 입찰 규모는 1300GWh에서 930GWh로 감소했고, 청정수소발전 물량도 500GWh에 머물렀다.


과거에는 수년 치 입찰계획을 미리 공개했지만 올해 확정된 물량은 2026년분뿐이다. 2027년 규모는 내년에 결정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1년 뒤 시장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범정부 수소정책을 조율하는 수소경제위원회도 2024년 11월 7차 회의를 끝으로 2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정부 로드맵을 믿고 설비와 기술에 투자한 기업이 사업을 축소하고, 어렵게 확보한 수소산업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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