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가만 있고 하한선은 없다…승강기 업계가 '최저가격제' 꺼낸 이유 [승강기 안전의 조건 ②]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9.25 06:00  수정 2026.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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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유지관리비 절반 밑도는 계약액…저가 수주 경쟁 지속

협회, 표준금액 70% 하한선 제안…올해 기준 월 14만7000원

점검 인력·시간 확보가 관건…“적정 단가 보장이 안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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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안전을 유지하는 데도 적정한 비용이 있다. 정기 점검과 고장 출동 등에 드는 비용을 산정한 ‘표준유지관리비’가 그 기준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쓸 때는 다른 가격이 등장한다. 점검에 필요한 비용보다 경쟁 업체가 얼마를 써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표준유지관리비는 ‘권고’에 머물고 있다.


승강기 업계가 요구하는 ‘최저가격제‘는 표준유지관리비와 실제 계약금액의 간극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일정 금액 아래로는 계약을 막아 점검과 긴급 대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가격을 깎아 일감을 따내는 경쟁에서 기술력과 서비스로 평가받자는 요구이기도 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26년 공동주택 승객용 승강기의 기본 표준유지관리비는 대당 월 21만원이다. 2024년 19만7000원, 2025년 20만5000원에 이어 매년 소폭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유지관리비는 계약할 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기준은 아니다. 2025년 공동주택 평균 계약금액은 월 9만9200원으로 같은 해 표준금액의 48.4%에 불과했다. 적정 비용을 산정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밑도는 계약을 막기 어려운 셈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의 낮은 계약 단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한승강기협회에 따르 홍콩의 승강기 월 유지 관리비는 4751~5430 홍콩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81만원에서 93만원 선으로 국내 공동주택 평균 계약금액의 약 8~9배 수준이다. 북미의 경우 200 달러에서 800 달러로 국내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관리비가 형성돼 있다.


승강기 업계는 건물주와 관리주체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장 구조를 저가 경쟁의 배경으로 꼽는다. 유지관리비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인 만큼 관리주체는 지출을 줄이려 하고, 업체들은 계약을 얻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 점검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따지는 것이 아닌 당장 관리비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가 우선되는 것이다.


‘최저가격제’는 이러한 경쟁에 가격 하한선을 두는 방식이다. 최저임금이 노동의 최소 대가를 보장하듯 승강기 점검과 긴급 대응에도 최소 비용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대한승강기협회는 공동주택 입찰에서 표준유지관리비의 70% 이상을 최소금액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올해 기본 표준금액인 21만원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월 14만7000원이다.


표준유지관리비 자체를 최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은 “수주 경쟁으로 권장가격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표준금액이 계약의 하한선이 돼야 안전한 점검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하한선이 필요한 이유로 업계가 강조하는 것은 예방 점검이다. 행정안전부와 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연간 승강기 고장은 2만3315건으로, 하루 평균 약 6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갇힘 사고·고장의 원인별 분류에서는 부품 이상 및 관리 소홀이 46%, 조정 불량 및 정비 미흡이 28%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부품 교체 지연과 도어 작동 이상, 점검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불량 등이 포함됐다.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제때 발견하고 조치하려면 점검 비용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정 대가를 바탕으로 기술 인력을 배치하고, 점검 시간을 보장해야 고장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승강기 안전 국회 토론회에서도 비용 기준을 실제 업무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영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안전제도실장은 “승강기 유지관리비 적정 단가 보장이 곧 작업자와 이용자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며 “매년 관계기관과 함께 책정하는 표준유지관리비가 적정한 수준 내에서 준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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