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에 '820조 슈퍼예산' 복병…한은 정책 시험대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9.22 07:05  수정 2026.09.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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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등 글로벌 긴축 전환 본격화

고물가·고유가·강달러 등 '3고'

대규모 예산에 통화·재정 상충 우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 긴축 동참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물가·고유가·강달러 등 3중고를 맞닥뜨린 상황인 데다 정부가 내년도 820조원 대규모 예산 편성에 나서면서 통화당국의 정책 셈법이 복잡한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6일 정책금리를 연 3.75~4.00%로 0.25%p 인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완화 기조를 이어오던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인상하면서 1995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줄줄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시장의 경계감을 키우는 대목은 이번 인상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 FOMC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전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준 내 매파 인사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더라도 경제 방향성을 고려할 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연준의 핵심 역할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는 것"이라며 연내 추가 조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p로 다시 벌어졌다.


한미금리차 확대는 원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의 대외 여건은 물가 상방 압력을 전방위로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환율 역시 미 연준의 긴축 재개 영향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336.1원까지 떨어지며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50원 넘게 치솟으며 1400원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환율마저 다시 상승할 경우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소비재의 원화 환산 수입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과 자본 유출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카드를 다시 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부 정책 환경 역시 통화당국의 고심을 깊게 만든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820조원대로 편성됐다.


대규모 재정 투입은 경기 둔화를 방어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총수요를 자극할 위험도 내포한다.


한은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 재정이 맞물릴 경우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정책 목표 간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재정 지출의 성격에 따라 파급 효과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그간 재정이 미래 성장동력 확충이나 취약계층 선별 지원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집행될 경우 통화정책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한은이 환율과 물가를 방어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정부의 예산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 통화 정책의 보폭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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