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호조에 사상 최대 실적
대형 IB 기업금융 회수 위험 주의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위탁매매와 주식 운용 등 증시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 이끌고 있다.ⓒ연협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리테일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증시가 꺾일 경우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위탁매매와 주식 운용 등 증시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 이끌고 있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과 운용 수익도 빠르게 증가한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되면 이 같은 수익도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수익이 줄어드는 속도만큼 비용과 투자 위험을 빠르게 줄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신승환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증시 호황기에 늘어난 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감소할 수 있지만 비용 구조와 위험 노출을 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도 증권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위험이었다면, 앞으로는 빌려준 돈이나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업의 여신성 익스포저는 약 90조원까지 늘었다.
특히 대형 IB를 중심으로 부동산이 아닌 일반 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증권사의 기업금융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에서 은행 대출과 차이가 있다.
투자한 기업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기존 자금을 갚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줄거나 IPO 시장이 침체되면 증권사가 돈을 돌려받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신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회수 시장의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담보가치가 하락해 자산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며 "시중은행 대비 시장성 조달 비중이 높은 증권업의 특성상 이러한 회수 지연은 곧바로 조달 비용 상승과 유동성 부담으로 전이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대형 IB들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와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한 돈을 실제 수익으로 바꾸려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이스신평이 모험자본의 약 30%를 차지하는 벤처투자(VC)의 회수 구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수익 실현은 IPO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증권사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 연구원은 "상장 여건이 악화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개별 증권사의 운용 성과뿐만 아니라 회수 시장의 여건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업 전체의 신용도에 당장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신 연구원은 "증권업 전반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이라면서도 "사업구조별 위험 차별화로 인해 개별 회사의 시장 지위와 재무 완충력, 이익의 질에 따라 향후 신용도 변화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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