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올랐다”며 가격 인상, 뒤로는 ‘탈세’…국세청, 41곳 세무조사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14 12:02  수정 2026.09.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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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 조장 탈세 41곳 조사

소비자 부담 키우고 사주 배만 불려

농축산물 23개, 식품·외식·배달 16개

허위 세금계산서·원가 부풀리기 등

서울 서대문구 일대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진열돼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키우면서 뒤로는 세금을 빼돌린 사업자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다. 조사 대상 기업은 달걀 등 농축산물 유통업체부터 가공식품 제조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배달 플랫폼, 패션 플랫폼 등 국민 생활 밀접 기업이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14일 원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서 허위 세금계산서 수취와 원가 부풀리기, 매출 누락 등으로 이익을 축소 신고한 탈세 혐의 업체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파악한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번 조사 대상은 모두 41개 업체다. 이 가운데 체감 물가와 밀접한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먹거리 관련 업체가 38곳이다. 패션잡화 등 생활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 3곳도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개,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업체 16개, 패션 플랫폼 업체 2개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달걀 생산농가 11개와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 12개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달걀 수급 불안을 내세워 출하가 인상을 이어온 생산농가 가운데 일부가 3~5년에 걸쳐 수십억원대 수익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양계농가는 달걀 가격을 높여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처에 무자료 거래를 요구한 뒤 판매대금을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별도 농업회사법인에 산란용 병아리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넘겨 이익을 나누거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수입금액에 포함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또 다른 농가는 축산소득 비과세 규정을 악용해 배우자 명의의 실체 없는 양계장을 만들고 매출을 분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산물과 육류 수입·유통업체 가운데는 할당관세 혜택을 사익 추구에 악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돼지고기를 0% 할당관세율로 수입해 온 업체는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거래 중간에 끼워 유통 마진을 챙긴 뒤 단기간에 폐업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참깨 등을 수입하는 업체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위장 업체를 세우고 매출을 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공식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도 가격 인상과 탈세가 맞물린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소스·만두류 제조업체는 퇴직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세청 전경. ⓒ데일리안 DB

종합식품업체은 고유가와 고환율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조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혐의다.


해외 관계사에 거액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받지 않거나 국내 관계사의 연구개발비와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례도 조사 대상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는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동시에 전가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국 200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한 업체는 사주의 개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직영점을 무상으로 양도했다.


다른 업체는 직원 명의로 차명 가맹점을 운영해 소득을 분산하고 법인 명의로 수억원대 슈퍼카 3대를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패션 플랫폼도 조사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한 배달 플랫폼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을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떠넘기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한 혐의다.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하고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한 뒤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도 확인됐다.


패션 플랫폼 업체 2곳은 높은 플랫폼 이용률을 기반으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거나 가격을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한 매출 누락과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광고비·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 등으로 원가를 부풀렸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재료비와 유통비용 등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된 생산원가가 적정했는지, 거래처와 정상적인 거래를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인자금을 빼돌려 재산을 축적한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차명계좌를 이용한 수익 은닉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명의대여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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