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사법권 독립 가치 재확인
"정치권력·사회세력 부당한 간섭 없이 헌법·법률 따라야"
"갈등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역할 다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날 기념사를 통해 정치권력과 사회세력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이 더욱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냈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정치권력이나 사회세력, 소송 당사자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때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기념사 상당 부분을 사법권 독립의 역사에 할애했다. 조 대법원장은 "1909년 사법권을 일본에 빼앗긴 후 식민지배 아래 재판은 일본법과 일본어에 따라 진행됐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도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광복 후 제헌헌법이 삼권분립 원칙을 천명하고 같은 해 9월13일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으면서 사법권 독립 원칙이 제도적 실체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권 독립이 언제나 온전히 지켜졌던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 독립이 압력과 간섭 속에서 시험받아 왔다고 했다. 나아가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바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임명에 동의하지 않고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사법권 독립의 역사와 외부의 압력·간섭을 언급하고 정치권력과 사회세력의 부당한 영향 배제를 강조하면서 향후 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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