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 대법관 3부 재배치…소부 최소 인원 맞춰 재판 차질 방지
김건희·한덕수·이상민 사건 등 주요 전합 사건 판단 줄줄이 대기
정족수 충족해 심리 가능하지만…장기화 땐 기록 검토·합의 부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대법관 2명 공석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대법원이 소부 구성을 긴급 조정하는 등 재판 차질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소부는 일단 최소 심리 인원을 맞춰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됐지만 대법관 10명이 기존 12명이 맡던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사건 처리 부담은 커졌다.
특히 전원합의체에는 김건희 여사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올라와 있어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상고심 재판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흥구 대법관이 지난 7일 퇴임하면서 3부 소속 대법관이 2명으로 줄어들자 전날 엄상필 대법관을 2부에서 3부로 재배치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 소부는 최소 3명의 대법관이 있어야 심리와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부와 3부는 각각 3명, 1부는 4명으로 운영된다. 소부 자체의 심리 중단은 일단 피한 셈이다.
문제는 대법원이 정상적인 정원보다 적은 인력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통상 12명의 대법관이 4명씩 3개 소부에 배치되지만 현재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고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실제 재판에 투입되는 대법관이 10명으로 줄었다. 3부의 심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소부의 대법관을 옮긴 만큼 각 대법관이 부담해야 할 사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변수는 전원합의체다. 전합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재판부인 만큼 대법관 일부가 공석이어도 법적으로 심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전합에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알선수재 사건을 비롯해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올라와 있다.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전합 사건의 심리와 선고 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적으로 전합을 운영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대법관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여러 대형 사건의 기록을 검토하고 합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대법관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합 선고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고, 김 여사 사건 역시 전합 회부 이후 상당 기간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대법관 인선이 늦어지는 문제를 넘어 대법원이 주요 사건을 정상적인 속도로 심리·선고할 수 있느냐는 재판 운영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0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등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의 국회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한 자리의 공백은 해소될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4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는 16일 예정돼 있다.
반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후보자 재제청 여부와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대법관 공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조 대법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재제청 절차를 밟을지에 달린 만큼, 대법관 인선 갈등이 재판 운영 부담으로 전이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서초동의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대법관 일부가 공석이더라도 전원합의체의 정족수를 충족하면 심리와 선고 자체는 가능하다"며 "다만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함께 심리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인 만큼,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기록 검토와 합의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러 중요 사건이 동시에 전합에 회부된 상황에서는 사건별 심리 일정이나 선고 시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대법관 공백을 단순히 정족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고심의 안정적인 재판 운영과 신속한 사건 처리라는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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