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대금 지급기한 60일→35일 단축…이르면 9일 법사위 상정
소비자단체 “가격·쿠폰·배송혜택 줄어 실질 구매비용 오를 수 있어”
중소상공인단체도 “발주 축소로 신생 브랜드 시장 진입 위축 우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추진되는 직매입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을 놓고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납품업체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이 발주 축소와 상품가격 인상, 할인·적립 혜택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와 중소 납품업체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현행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1년 직매입 거래의 상품대금 지급기한을 60일 이내로 규정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5년 만에 법정 지급기한이 25일 줄어든다.
“쿠폰 줄어도 사실상 가격 인상”…소비자단체도 우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이날 “판매자가 대금을 안정적으로 지급받고 대규모 미정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유통기업과 납품업체에 대한 직접 규제는 비용과 거래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고 가격·상품·서비스 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유통업체의 운전자금 부담이다.
납품대금 지급기한이 짧아지면 유통기업은 같은 규모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운전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상품 판매를 통해 현금을 회수하기 전에 대금을 지급해야 해 단기차입 등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컨슈머워치는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가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납품·입점 조건을 조정하고, 판매자 역시 늘어난 거래비용을 상품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할인과 쿠폰, 적립 혜택 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무료배송 기준이나 멤버십 혜택 등이 축소되면 상품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비용은 늘어난다.
컨슈머워치는 “명목가격이 그대로여도 할인과 혜택이 줄어들면 소비자의 실질 구매가격은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발주 줄면 신생 브랜드부터 타격
상품 선택권 감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통업체의 운전자금 부담이 커질수록 판매가 검증된 대형 브랜드를 우선 매입하고 신생·중소 브랜드 발주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컨슈머워치는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의 시장 진입이 줄어들면 기존 사업자들이 가격을 낮추고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경쟁 압력도 약해진다”며 “소비자는 줄어든 상품 선택권과 함께 더 높은 가격과 낮아진 품질·서비스 비용까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요 직매입 유통업체들은 상품을 직접 대량 매입한 뒤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향후 수개월 뒤 판매할 물량까지 미리 매입한 상황에서 대금 지급기한이 한 달 안팎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유통업체의 현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가 중요”
납품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중소·신생업체의 거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직매입 플랫폼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 상품 다양성과 중소 납품업체와의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중소업체에는 며칠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플랫폼브랜드중소기업협회도 “시장에 막 진입한 초기 입점기업은 첫 입점과 초도 발주가 생존을 좌우한다”며 유통사의 운전자금 부담이 늘면 신생 브랜드의 시장 진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산기한을 일률적으로 단축할 경우 단기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발주 축소 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이 통상 60~120일 수준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판매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소비자 후생 훼손 없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할지가 중요하다”며 “유통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납품업체 수 변화, 상품가격과 할인율, 쿠폰과 배송 등 소비자 혜택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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