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의원회관서 사관학교 졸속 통폐합 대안 세미나 열려
권영호 전 육사교장 "사관학교 교육, 역사적 공간 속에서 경험"
이기식 전 해사교장 "합동성은 동일성이 아니라 전문성의 결합"
황성진 전 공사교장 "'초기 통합 교육'은 각군 전무성 약화 초래"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원이 7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사관학교 통합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 육·해·공군 사관학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정책의 논리적 모순점을 지적했다.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무너지는 국가안보, 3군 사관학교 졸속 통폐합 대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고석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사관학교설치법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를 배제한 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발제자인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령)도 "세 학교를 하나로 만드는 것보다 육사는 지상·유뮤인복합전, 해사는 해양·수중전, 공사는 항공·우주전의 전문성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이 미래전에 부합한다"며 "학교를 없앨 것이 아니라 공동 온라인 강의와 교재 개발, 교수·학점·연구시설 공유, 생도교환과 공동학기를 확대하면 국방부가 주장하는 교육 중복을 줄이고 규모의 효과와 상호 교류를 얻으면서도 각 군의 전문성과 축적된 교육체계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전직 육·해·공군 사관학교장들이 발표자로 나서 정부가 통합 논리로 내세우는 합동성 강화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59대 육군사관학교장을 맡았던 권영호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장교는 교과과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사관학교 교육은 생도들이 4년간의 생활과 훈련, 선후배 관계, 의식과 전통, 역사적 공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의 가치와 행동규범으로 내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센터장은 사관학교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닌, 그 자체로 역사와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는 장교교육을 교실에서 이뤄지는 학업교육에 한정하지 않는다"며 "웨스트포인트에서의 모든 경험을 장교의 인격과 명예로운 삶을 형성하는 교육과정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권 전 센터장은 "세대를 이어 형성된 정체성과 전통은 한 번 단절되면 같은 모습으로 복원하기 어렵다"며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47대 해군사관학교장이었던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 중장)은 교육개혁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사관학교 통합은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사령관은 "합동성은 동일성이 아니라 전문성의 결합"이라며 "개혁은 교육을 살려야 하는 것이지 교육환경을 먼저 없애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49대 공군사관학교장을 역임한 황성진 전 공군작전사령관(예비역 공군 중장)도 합동성의 본질에 대해 "각 군의 고유의 차별화된 전략과 능력을 적재적소에 운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전 개념"이라며 "각 군 고유능력과 전장 전문성이 완벽히 확보돼야 비로소 합동성이 성립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초기 통합 교육'에 대해 "각 군 정체성과 차별화된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러한 각 군 전문성을 훼손해 전영역작전 수행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AI(인공지능)와 드론전 대비에 대해서도 "AI와 드론은 공통의 전술적 도구인데, 소총과 무전기를 공통으로 사용한다고 군을 합치지는 않는다"며 "전술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 기술적 공통점을 이유로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국방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위관급 장교들은 자군 영역의 전문성을 기르고, 영관급 이상부터 보수교육 등을 통해 합동성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