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가짜 김효연’서 출발…데뷔곡으로 차트 성과
빅병·옆집소녀와 달리 소녀시대 정식 유닛 계보 편입
기획사가 조합하던 유닛, 콘텐츠와 대중이 먼저 발견
예능 콘텐츠에서 웃자고 만든 이름이 소녀시대의 새 유닛으로 자리 잡았다. 효연·유리·최수영으로 구성된 효리수는 유튜브에서 세 멤버의 조합과 캐릭터를 선보인 뒤 대중의 호응을 바탕으로 정식 데뷔까지 이어졌다.
음원 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효리수의 데뷔곡 ‘스키비디’(Skibidi)는 6일 오후 4시 기준 TOP100 차트 50위에 올랐다. 지난 4일에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한국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퍼포먼스 비디오도 지난 1일 기준 유튜브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한국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전에도 SHY라는 유닛명으로 무대를 펼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효연의 개인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에서 선보인 페이크 다큐멘터리 ‘가짜 김효연’이다. 소녀시대 활동에서 주로 퍼포먼스를 담당했던 효연이 메인 보컬에 도전한다는 설정을 내세운 콘텐츠다. 이후 유리와 최수영이 합류해 메인 보컬과 센터 자리를 놓고 경쟁했고, 태연·티파니·서현으로 구성된 소녀시대-태티서에 맞설 유닛이라는 농담은 구체적인 서사로 발전했다. 오랜 활동에서 쌓인 세 멤버의 호흡과 거침없는 대화가 반응을 얻으면서 가상의 유닛을 실제로 데뷔시켜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게 된다.
ⓒ소녀시대 공식 유튜브 채널
예능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진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14년 MBC에브리원 ‘형돈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에서는 비투비 육성재, 갓세븐 잭슨, 빅스 엔과 혁이 빅병으로 활동했다. 2017년 KBS 웹예능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도 레드벨벳 슬기, 마마무 문별, 오마이걸 유아, 러블리즈 류수정, 전소미 등 서로 다른 팀의 멤버를 모아 옆집소녀를 결성했다. 이들은 실제 음원을 발매하고 음악방송 무대에도 올랐지만 기본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여러 그룹의 멤버를 한시적으로 모은 프로젝트였다.
반면 효리수는 2012년 태티서와 2018년 소녀시대-오!지지(Oh!GG)에 이어 소녀시대의 정식 유닛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활동 근거도 사라지는 예능 프로젝트와 달리 향후 추가 음반과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독립된 팀의 정체성을 갖췄다.
태티서와 비교하면 효리수의 특징은 더욱 분명해진다. 태티서는 태연·티파니·서현의 가창력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기획사가 먼저 음악적 방향과 멤버 조합을 설계한 유닛이었다. 그러나 효리수는 음악보다 세 사람의 관계성과 캐릭터가 먼저였다. 유튜브에서 조합의 가능성이 발견되고 대중의 반응이 축적되자 기획사가 이를 정식 음악 활동으로 연결했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물까지 장난스럽게 만들지는 않았다. ‘스키비디’는 하우스 장르로 시작해 힙합으로 전환되는 구성에 아라비안 스트링을 더한 곡이다. 켄지(KENZIE)가 작사를 맡고 진바이진(JINBYJIN), 황현, 모아 칼레베케르 등이 작곡에 참여했다. 별도의 수록곡과 퍼포먼스 비디오까지 제작하면서 단발성 예능 음원이 아닌 정식 유닛의 데뷔 싱글 형태를 갖췄다.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곡의 방향도 기존 소녀시대 음악에서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세 멤버의 장점을 살리는 데 맞춰졌다. 효연·유리·최수영의 강점인 춤과 표현력을 중심에 놓되, 세 사람 모두 충분한 가창 파트를 소화하며 기존 팀 안에서 굳어진 역할을 뒤집었다. 효연은 지난 2일 공개된 ‘효연의 레벨업’ 영상에서 “파트가 많으니까 확실히 재밌다. 나 그 전엔 춤만 췄거든. 나 요즘 가수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 메인 보컬’이라는 예능 설정이 실제 음악에서는 멤버들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장치가 됐다.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는 그동안 팬덤을 유지하고 멤버의 예능감을 보여주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효리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콘텐츠를 통해 기존 그룹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조합을 먼저 공개하고 대중 반응을 확인한 뒤 실제 음악 활동으로 발전시켰다. 신곡을 만든 뒤 콘텐츠로 알리는 순서가 콘텐츠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뒤 신곡을 만드는 순서로 바뀐 것이다.
효리수가 한 장의 싱글로 활동을 끝낼지, 태티서처럼 고유한 음악색을 지닌 지속적인 유닛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예능 속 농담이 소녀시대의 공식 활동이 되고 차트 성과까지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분명하다. 유튜브는 이제 완성된 아이돌을 보여주는 창구 이상의 역할을 하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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