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타르 만타르, 하늘을 관찰하는 마법의 장치

입력 2009.08.25 18:00  수정

천체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자이 싱 2세가 지은 천문대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뛰어난 걸작

인류의 문명과 함께 발달해 온 천문학은 천체 현상을 신의 계시로 해석하려 했던 고대인들의 의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해와 달, 그리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종교적 의식을 치르기 위한 시기를 결정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언했다. 물론 하늘을 관찰하며 얻은 지식은 농사를 짓는 데에도 이용됐지만, 고대의 천문학은 신화적·주술적 색채가 더 짙었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에서도 천문학은 브라만교의 경전인 베다를 연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신들의 나라´라 불릴 만큼 많은 신들을 믿는 인도에서는 종교 의식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정확한 시기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태양·달·별 등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춘분·추분·동지·하지·일식·월식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이용하여 달력을 만들고 별자리를 그렸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이후 그리스·로마의 천문학이 전해지면서 인도의 천문학은 외래의 지식과 고유의 특징이 융합된 독특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천체를 실제로 관측하기 위한 천문기구를 개발하고 만드는 일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좀 더 실질적인 연구가 가능한 전문적인 천체관측소가 설립된 것은 그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18세기 무렵이었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인도 라자스탄 주에 자이푸르(Jaipur)를 세운 마하라자 자이 싱 2세(Jai Singh II)는 천문학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천체 관측에 남다른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인도의 달력을 개량하기 위해 자국의 학자들을 외국으로 보내 그 나라의 천문대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

산스크리트어로 ´마법의 장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잔타르 만타르는 천체 관측을 목적으로 지어진 천문대였다. 자이 싱 2세는 자이푸르를 비롯한 델리, 마투라, 바라나시, 우자인 등 5개의 도시에 천문대를 건설했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이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자이푸르와 델리에 지어진 천문대인데, 델리에 있는 것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다행히 규모가 가장 컸던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는 제대로 복원돼 있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돌과 대리석을 이용하여 만든 기묘한 모양의 건축물들은 언뜻 보기에 커다란 예술작품 같지만, 모두 천체 관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해시계와 적도시계를 비롯하여 일식과 월식, 별자리와 계절풍을 관측하기 위해 세워진 건물들은 천체관측소라기 보다는 특이하게 설계된 조각공원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계 최대의 해시계 삼랏 얀트라(Samrat Yantra)다. 시간당 최대 4미터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바늘을 가지고 있는 이 해시계는 그 면이 자이푸르의 위도인 27도 만큼 기울어져 있다.

20세기 초까지 천체 관측에 사용될 정도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잔타르 만타르는 1948년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자이푸르를 찾는 여행자들이 한번쯤 찾아가는 명소가 됐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

수준 높은 천문 지식과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마법의 장치´는 이제 더 이상 하늘의 신비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넌지시 말해준다.

인류는 언제나 현재의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지식을 추구해 왔음을, 인류의 창조성과 예술성에는 한계가 없음을, 그리고 바로 그러한 지적 호기심과 능력이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음을 말이다. [데일리안 = 주유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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