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컴퓨팅 자원만으론 AI 3강 못 간다"…AI 네트워크 투자 물꼬 트려면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9.02 13:58  수정 2026.09.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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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AI·5G·6G 투자 확대해야…세제·주파수 등 투자 유인 필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맞춤형 서비스로 신규 수익·투자 선순환 만들어야"

"새로운 서비스·편익 창출 전제"…AIDC 개방형 시설 세액공제·시행령 의견수렴 추진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정부의 'AI 3대 강국' 목표가 결실을 보려면 AI 인프라만큼이나 네트워크 정책 고도화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I 시대를 맞아 통신사업자가 미래 인프라 투자를 과감하게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AI 네트워크 투자 세액공제, 개방형(코로케이션) AI 데이터센터 세액공제 개선 등 제도적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AI·5G·6G 투자 확대 필요"…세제·주파수·투자 인센티브 등 요구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AI 데이터센터 등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 AI 네트워크 전략이 있는지 짚어보고 미래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 혁신과 투자지원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신상민 SKT 정책개발실장은 패널 토론에서 향후 AI 네트워크, 5G 고도화, 6G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도 ▲통신시장의 수익-비용 괴리 ▲통신 시장의 제한적 성장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수익 불확실성 ▲네트워크 투자 사회적 편익 회수 어려움 등 통신사업자가 투자를 적극 확대하기 위한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유리해지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사용량과 네트워크에 요구되는 용량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정액제 중심의 통신시장에서는 트래픽 증가가 이에 상응하는 매출 증가로 연결되기 힘들며, 통신 산업 특성상 대규모 추가 투자를 통신 수익만으로 회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일례로 5G 대규모 투자 당시,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던 경험이 향후 AI 네트워크와 6G 투자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신 실장은 ▲AI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국가전략투자 수준의 세제지원 ▲주파수 정책을 재정수입보다 투자 유인 중심으로 전환 ▲3G 종료를 국가 네트워크 현대화 정책으로 추진 ▲시내전화 등 유선 레거시망의 All-IP 전환 촉진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핵심은 투자를 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AI 시대에 변화된 ICT 환경에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하게 개선하며, MNO(이동통신망사업자)들이 미래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AI 3대 강국 추진을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정책 과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이아영 LG유플러스 대외전략Task담당도 "아무리 좋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더라도, 그 컴퓨팅 자원을 산업 현장과 이용자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 국가 AI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경쟁력은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잘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 실증과 초기 수요, 실제 투자까지 연결되는 것이며, 현장 실증이나 초기 수요 창출까지 이어지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담당은 미래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 가능한 투자라는 목표를 정부와 사업자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같은 경우는 한 사업자가 투자를 하지만, 결국 그 편익은 제조, 의료, 모빌리티, 콘텐츠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면서 "미래망 세제 지원, 주파수 정책, 투자 인센티브와의 연계, AI-RAN 실증 등을 각각 다 따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투자 패키지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은일 KT 통신정책담당도 정부 주도의 투자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담당은 "AI 시대가 되면 초고속, 초저지연, 고신뢰 네트워크를 요구하는 특성상 기술 투자와 네트워크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통신사 현실은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해도 추가 수익원이 될 만한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고, 요금이나 여론 등으로 인해서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돼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투자 대비 수익이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AI 시대에 요구되는 유무선 지상망을 통신사들이 선제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투자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AIDC 인프라 고도화를 위해 정부가 ▲AI 특별법 시행령에 인허가 최소화 및 전력계통영향평가 완화 등을 반영하고 ▲전력 및 용수 등 AIDC 공급과 후속 지원 체계를 구체화하며 ▲AI 인프라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는 투자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규제 명확화해 신규 수익·투자 선순환 만들어야"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 3대 강국 추진을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정책 과제' 발제에서 "단순한 이용자 지출 감소 압박보다는,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여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고 이것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 고도화의 목표는 단순히 '빠른 인터넷'을 넘어 서비스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품질 제공’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을 소개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가상화해 서비스별 맞춤형 품질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제도 및 정책은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대한 허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들이 서비스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외 주요국들이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용자가 상황과 니즈에 맞게 품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과 법적 명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새로운 서비스·편익 창출이 투자 전제"…개방형 AIDC 시행령 반영·세액공제 요건 검토

정부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조건과 정책 추진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홍사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정부 역시 작년 말 'Hyper-AI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해 203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정책 방향이나 통신 세제 투자는 이용자 편익을 증가시킬 만한 새로운 서비스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 기업이나 이용자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가 창출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초저지연 서비스, 피지컬 AI 등이 충분한 편익을 준다면 기업이나 이용자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이날 주장한 규제 개선, 투자 환경 조성 패키지에 대해 홍 과장은 "민관 협의체 발족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했으며, 3G 등 레거시망 정리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LTE나 5G로 안전하게 넘어가는 과정들도 중요하다. 이를 전제로 한 정리가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홍 과장은 이어 "통신사들이 어떤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와 더 큰 네트워크 부분에서의 편익들을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들이 창출되도록 같이 정부에서 보조를 맞춰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패키지 형태로 이런 부분들을 해소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IDC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자가용뿐만 아니라 개방형 AIDC까지 AIDC 특별법의 정의 부분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용 AIDC가 특정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라면, 개방형 AIDC는 여러 기업이 서버 공간·전력·네트워크 등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일괄처리나 타임아웃제 도입 시 여러 부처의 인허가 권한을 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개방형 AIDC에 대한 세액공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해당 시설이 국가전략기술인 AI 개발·서비스에 사용됐다는 점을 증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과장은 "시행령은 내년 3월 시행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공식적으로 의견 수렴을 할 것"이라며 "입법 예고가 되면 공청회도 거칠 것이기 때문에 올해 9월부터 12월 사이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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