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활용 신입이 더 빠른데 채용 줄인다고?"…SKT 정재헌 "인재 고갈 온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9.02 09:00  수정 2026.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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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노동시장 빠르게 재편…“정답보다 올바른 질문 던지는 역량 중요”

SKT, AI 데이터센터·독자 LLM 등 AI 사업 확대…본업도 AX로 전환

“생각·적응·공감 근육에 신체 지능까지…AI 시대 인재 경쟁력”

SK텔레콤 정재헌 CEO가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 특강에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그래프('AX의 J-Curve')를 설명하고 있다.ⓒSK텔레콤



"이제는 '정답을 찾는 역량'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역량', 즉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다각도로 생각하는 역량이 핵심입니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AI가 노동시장·시장 패러다임 재편

이번 특강은 SKT와 서울대학교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의 일환으로 열린 첫 수업이었다.


1987년 서울대학교 공법학과에 입학해 법원에서 약 20년간 판사로 재직했던 정 CEO는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서서 "판사가 서류와 주장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는 과정은 수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업 CEO의 역할과 일맥상통한다"며 이색적인 이력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 사법시험을 통과하면 평생의 직업과 생계가 보장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률 분야마저 AI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억대 연봉을 받던 프롬프트 엔지니어나 기초 코딩 인력 역시 AI 발전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노동 시장의 현실을 짚었다.


AI 시대가 시장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정 CEO는 설명했다. 하루 24시간이 누군가에게는 240시간, 2400시간이 되기도 한다며, AI가 바꾼 시간의 밀도로 인해 우리가 알던 원칙들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CEO는 "AI 시대의 속도감은 차원이 다르다. 미국 교육 플랫폼 체그(Chegg)나 글로벌 이미지 기업 게티이미지(Getty Images)는 미드저니(Midjourney) 등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시가총액의 85% 이상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올 한 해 AI 분야에 투입한 자금만 해도 한국 국방 예산의 13배, 국가 전체 1년 예산(약 7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도 부연했다.


SK텔레콤 정재헌 CEO가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 특강에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그래프('AX의 J-Curve')를 설명하고 있다.ⓒSK텔레콤
SKT, AI 데이터센터·독자 LLM 등 AI 사업 확대

이러한 격변기에 SK텔레콤은 미래 먹거리로서 AI가 주도하는 신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본업인 통신 영역을 AI로 고도화하는 'AX(AI Transformation)'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 인프라는 AI 데이터센터(AIDC)라고 짚었다. 정 CEO는 "5GW(기가와트) 규모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5GW 구축에는 초기 추산 340조원, 최근 자재 및 장비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400조~5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며 "SK그룹이 보유한 반도체(SK하이닉스), 에너지, 설비, 운용 노하우 및 글로벌 빅테크와의 네트워크 협력 시너지를 집약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언어모델(LLM)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 SK텔레콤의 'A.X K2' 모델이 2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국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모두의 AI' 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편함의 언덕 견디면 생산성 비약적으로 상승”

이 AI 대전환(AX) 시기에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정 CEO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AX 시대의 일하는 방법론 3가지인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소수 인원 전담 배치) ▲불편해지기를 언급했다.


정 CEO는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 조직이 겪는 진통을 '불편함의 언덕'이라 했다. "데이터를 AI가 읽기 쉬운 형태로 재가공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일거리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이 수반된다"며, 이를 극복하는 혁신 패턴으로 'AX의 J커브' 개념을 제시했다.


‘J커브’는 원래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정 CEO는 이 개념을 AX에 적용해 "AI를 도입하면 초기에는 재교육과 데이터 정비 등으로 생산성이 되레 떨어지며 침체기를 겪지만, 이 '불편함의 언덕'을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헌 SK텔레콤 CEO가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SK텔레콤
단기 효율성보다 주니어 채용 강조…"생각·적응·공감 근육과 신체 지능 갖춰야"

이 전환기 속에서 SK텔레콤은 단기 효율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 인재인 주니어를 적극 채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 CEO는 "신입사원(주니어)들이 AI를 활용해 기존 선배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역설적으로 주니어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5년, 10년 뒤 시니어 세대가 퇴직했을 때 뒤를 이을 숙련 인력이 부재하는 '인재 부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단기 효율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 인재인 주니어를 적극 채용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하며, SK텔레콤 역시 그러한 철학으로 인재를 채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정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본질을 통찰하는 힘인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끝내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을 제시했다.


정 CEO는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공감 역량'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타인에게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고, 깊이 있게 소통하며,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은 개인의 평가를 좌우하는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역량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직접 경험하며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급변하는 시기에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갇힌 기성세대보다, 새로운 도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여러분에게 훨씬 더 큰 기회가 열려 있다. 미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여러분이 직접 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다듬으며,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혁신의 현장에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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