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이 경찰 수사부터?…개정 형소법 시행 앞두고 '국선변호 공백' 우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9.01 17:41  수정 2026.09.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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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보완수사권 폐지…경찰 초기 수사 단계 중요성 커져

국선변호 보수 미지급 누적 300억원…늘어날 수요 감당 가능 의문

법조계 "초기 진술·증거가 사건 좌우…국선변호 제도 보완 시급"

검찰. ⓒ뉴시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국선변호 제도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0월2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청 검사는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앞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시작되고, 검사는 직접 수사나 보완수사에 나설 수 없게 된다. 경찰의 판단과 초기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가 이후 기소와 재판의 출발점이 되는 만큼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사건 초기부터 법률적 대응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2일부터 시행되면 경제적 사정으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사건 당사자에게는 국선변호인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수사기관의 역할은 커지는데 수사 단계에서 충분한 법률 조력을 받을 공적 시스템이 확대되지 않으면 제도 변화의 부담이 당사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선변호 제도는 피의자·피고인과 범죄피해자에 따라 적용 근거와 선정 절차가 다르게 운영된다. 법원이 선정하는 피고인 국선변호인과 검찰이 선정 절차를 담당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도 인력과 보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선변호사회에 따르면 법원 예산 부족으로 피의자 국선변호인에게 지급하지 못한 보수는 지난해까지 누적 3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당 보수도 사선 변호인보다 낮아 사건 수요가 늘면 인력 부족과 사건 배정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선변호 수요가 늘어나는데 변호사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변호인 한 명이 과도한 사건을 맡거나 초기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국선변호의 본래 취지인 경제력에 따른 법률 조력 격차 해소를 약화시키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대응 격차를 키울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데일리안DB

특히 경찰 단계에서 어떤 진술을 하고 자료를 제출했는지, 필요한 증거 확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역시 국선변호인 신청과 선정이 늦어지면 초기 수사 단계에서 필요한 조력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 경찰 수사개혁위도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경찰로 대폭 넘어가는 상황을 고려해 범죄피해자가 수사 초기부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가 아동·성폭력·강력범죄 등 일부 범죄에 한정돼 있는 만큼 적용 대상을 넓히고, 경찰과 법무부가 협조해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법률 조력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개정은 검찰 수사권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에 그치지 않고 사건 당사자가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국선변호인의 인력과 보수 체계를 보완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 초기부터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정 시점과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경찰 수사의 종결 권한이 강화될수록 수사 초기 조서와 증거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한다. 변호인 없이 조사받으면 불리한 진술을 바로잡기 어렵고 CCTV·녹음 자료가 사라진 뒤에는 증거 확보에도 한계가 생긴다"며 "고소인도 고소 단계부터 법률적 구성이 부족하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선변호인의 인력과 보수, 선정 체계만으로는 수사권 조정 이후 늘어날 법률 조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건당 30만~50만원 수준의 낮은 보수에 조사 입회와 장시간 대기까지 필요한 만큼 변호사들의 참여 유인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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