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이기 위해선 차세대 렉라자 발굴 필수
내부 '영업통' 승진 관행 깨고 R&D 출신 뽑을까
알레르기 신약 등 5개 파이프라인 개발도 속도
유한양행 본사 ⓒ유한양행
오는 9월 유한양행의 다음 3년을 이끌어 갈 대표이사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으로는 외부 전문가 출신 김열홍 연구개발(R&D) 총괄사장과 내부 출신인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 등 3인이 거론된다.
이제껏 유한양행은 전통적으로 내부 '영업통'을 차기 수장으로 선임해왔다. 최근 신약 개발을 비롯해 수익성 확대 등 과제가 산적한 만큼 최고경영자(CEO) 인선에도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내달 중으로 이사회 심의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할 예정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해에 6년 만의 수장 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결정된 후보자는 조욱제 현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 총괄부사장 자리를 역임하게 된다.
연 매출 '2조 달성'에도 수익성은 여전히 한 자릿수
소유·경영 분리 정신을 이어온 유한양행의 대표이사는 대대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낙점됐다. 현 상황에서 유한양행에 필요한 것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 낼 리더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간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블록버스터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기술수출(L/O)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유입되면서다. 전문의약품(ETC)을 중심으로 본업인 약품 사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제약사인 셈이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최근 3개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률은 3.50%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가 4분의 3에 불과한 한미약품(15.31%)이나 대웅제약(10.61%)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해외 제약사로부터 들여온 도입 상품 비용 등 매출원가가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구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등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는 유한양행이 '밸류업 3개년 계획'을 제시했던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조 대표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건의 기술수출(L/O)을 이뤄내는 동시에 새롭게 임상에 진입하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2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 사업이 단기 호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기술수출 성과가 실제 상업화 단계까지 이어져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원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렉라자는 판매 로열티 수령액을 원 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나눠주고 있다. 증권가에서 분기당 렉라자 매출 로열티를 고작 수십억원 수준으로 추정하는 배경이다. 그런 만큼 여러 건의 수출 이력을 쌓아 판매 로열티 수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기술이전 이후 글로벌 상업화까지 이어지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었지만, 성과는 시장 기대를 뛰어 넘지 못했다"며 "하반기 렉라자 처방 확대와 추후 글로벌 빅파마향 기술수출이 이뤄지면 기업 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신약 후보물질 포트폴리오 ⓒ유한양행
새 수장 과제는 신약 개발 통한 '차세대 렉라자' 발굴
문제는 차세대 렉라자의 향방이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한 대형 기술수출은 7년간 끊긴 상태다. '밸류업 3개년 계획' 첫해의 성과도 미진했다. 지난해 빅파마향 대규모 기술수출은 물론 신약 후보물질의 신규 임상 진입도 목표에 미달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 사업의 방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우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약개발 전담법인 '뉴코(NewCo)’ 설립을 공식화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본사에서 떼어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벤처캐피탈(VC) 등 외부 자본을 투자를 받아 개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맞춤형 파트너십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법인(BD)도 세분화한다. 현재 유한양행의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은 크게 항암제와 심혈관·신장·대사질환(CVRM) 치료제, 면역 등 기타 치료제로 나뉜다. 이때 신약 후보물질의 특성별로 전담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둔다는 전략이다. 이때 미국 법인인 유한양행 USA를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빅파마와의 접점도 넓혀나갈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기술수출 카드는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다. 면역글로불린E(항IgE) 시장은 로슈의 '졸레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졸레어 연간 매출에서 레시게르셉트가 겨냥한 만성두드러기(CSU) 적응증(치료 범위)에 해당하는 규모만 1조원 안팎이다. 현재 레시게르셉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레시게르셉트와 함께 포스트 렉라자로 꼽힌 5개의 파이프라인도 빠른 개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진행 중인 신약 개발 사업을 어떻게 잘 키워 수익성에 기여하게 할 수 있을지가 차기 대표이사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한양행의 가장 큰 문제는 외형이 커지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늘리고 신약 개발에 매진해 '제2의 렉라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 시험 등 신약 개발 사업의 비용이 상당한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가 뉴코"라며 "아직은 어떤 신약 후보물질을 바구니에 담아야 할지 여러 벤처캐피탈(VC) 등과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기 CEO 인선의 방향과 별개로 신약 개발 사업은 꾸준히 추진해 갈 중장기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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